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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6)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아십니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9 조회수1,160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4년11월9일화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ㅡ에제키엘47,1-2.8-9.12;요한2,13-22ㅡ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아십니까?

                                                           이순의

 

 

오늘은 로마의 주교인 교황의 주교좌 라테라노 대성전 축일입니다. '사랑의 전 공동체를 이끄는' 베드로좌에 대한 존경과 일치의 표지로서, 베드로의 후계자는 로마의 주교이며 또한 가톨릭 교회의 주교입니다. 이 두 직분은 나뉠수 없으며, 세상 곳곳에 퍼져있는 로마예식을 따르는 모든 교회는 로마의 주교좌 봉헌 축일에, 하나인 그리스도 교회의 신비를 거행해야합니다.  

 

이로써 세계가 하나로 뭉쳐서 신앙의 으뜸에 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모든 타 종교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야훼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일치를 선언한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가 으뜸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주님께서 친히 뽑으신 후계자로부터 오늘 날까지 이어져 오는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부쩍 아드님께서 애매모호한 언질을 주셔서 어미의 심장은 뜀박질을 합니다. 주일미사에 가시지 않겠다고 하시지를 않나? 여자 밝힘증을 노골적으로 표현을 하시지를 않나? 미래의 가정생활에 대하여 대단히 구체적인 구상을 하시지를 않나? 그래도 그런류의 반응은 일반적인 청소년들의 모습이라고 여길 수 있기에 어미는 더 우수운 농담으로 제압을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농담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섬뜩한 결심을 세울 때는 어느 것이 진심인지를 몰라서 침묵해 버립니다. 그 언어가 신의 영역일 때는 더욱 아드님의 말씀에 토를 달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늦게 시작한 공부가 그리 간단하지 못하여 성적이 오르고 계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 아드님의 장래에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는 부모도 못 됩니다.

 

그런데 가끔은 누구보다 세상의 우위에 서실 단단한 의지가 입에서 튀어 나오십니다. 내 아드님이 잘생겼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우위에 서시기 위해서는 먼저 명문대학의 전망좋은 학과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보장 되는가? 입니다. 절대로 그렇지 못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드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우위에 서시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미친놈이라고 웃을 일입니다. 그러나 이 어미는 그런 다짐에는 토를 달지 않습니다. 어미의 심증이 아드님의 심증이라면 진정한 우위에 설 자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사람의 좁은 식견이므로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가만히 침묵할 줄 알아야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겁이 납니다. 아직 미령하신 나이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길에 대하여 좌절과 시름을 먼저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어미이기 때문에 겁이 납니다.

 

누구보다 우위에 서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신께서는 높아지셔야하고, 나는 낮아져야하는 것입니다. 그 길이 내가 낮아진다고 해서 낮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닌 인간성의 한계가 나로 하여금 신의 자리를 넘보려 할 것이고, 내가 낮아지려고 하더라도 인간들이 나를 신의 자리로 몰아 넣어버리기도 하는! 어떤식으로든 누구보다 먼저 바벨탑의 꼭데기에 올려지는 제물이 될 것입니다.

 

아드님!

신의 영역을 인간의 능력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나를 바벨탑이라는 제단에 제물로 뽑히지 않도록 방어할 줄 아는 사람의 특권입니다. 신의 영역을 인간이 산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위에 서지 않을 수 있어야만 바벨탑의 제단에 놓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사람들은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고 신처럼 보이려는 사람을 뽑아 신께 받치기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신의 선택은 제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신의 영역을 살아가는 몫의 사람에게 제물이 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산다 해도 그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단지 신의 이름으로 높은 권좌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몫을 부여 받더라도 그 권좌가 지니고 있는 권한만큼 인간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신만이 인간의 모든 것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이루심이 신의 뜻입니다. 신의 영역을 사는 모든 사람들도 자기 몫의 인간적인 고뇌는 티끌만큼도 덜어내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인간의 우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기몫의 인간성 위에 신의 옷이 입혀졌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신이 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 화려한 옷으로 인하여 바벨탑의 제물로 선택 받기는 쉬울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도구들이! 얼마나 많은 빌미들이! 또 얼마나 많은 이유들이! 오직 그 하나의 이유로 시험에 들게 하는지를 미령하신 아드님께서 감히 상상이나 하시려는지요?그러므로 아드님! 누구보다 우위에 선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요. 행여라도 그런 생각일랑은 버리십시요.

 

모든 인간의! 누구보다도 낮은자리에 서십시요. 바벨탑 위에 선 성자라 할지라도 인간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끌어 내리고야 말 것입니다. 높이 보이는 제물은 모든 인간들의 우위에 선 화려한 희생이어야 하니까요. 결국 인간이 제물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바벨탑 위에서 군림하시는 신의 자리이며, 그 오만함의 결과는 인간 스스로 방랑자 카인의 삶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신의 옷만 벗겨져 떠돌게 될 영혼은  나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아십니까?

어미의 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아버지의 뜻대로!

주님 이름으로!

성령의 능력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ㅡ아멘ㅡ

 

ㅡ그런데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2,2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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