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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귀향(歸鄕)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15 조회수1,178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런데도 저에게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새끼 한 마리 주지 않으시더니 창녀들한테 빠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날려 버린 동생이 돌아오니가 그 아이를 위해서는 살찐 송아지까지 잡아주시다니요!' 하고 투덜거렸다. (루가 15, 29-30)

                                                                               

                                                                      

저는 대체로 의무감에 충실한 큰 아들과 동일시하나 나의 깊은 뿌리에는 충동적이고 중독될 수 있는 작은 아들의 본성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큰 아들의 약점인,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인정받아야 하는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저의 죄스러움입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쾌락을 추구하는 둘째 아들의 성향을 드러내면 화가 나고 '뿌루퉁' 한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기쁨이 사라지고 자발성을 잃고 다른 사람에게 자상하지 않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원하시는 것은 큰 아들의 장점과 둘째 아들의 장점을 모두 받아들이고 두 아들의 약점에서 모두 벗어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를 들여다 보면 큰 아들의 장점과 약점, 작은 아들의 장점과 약점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큰 아들이 갖고 있는 약점과 유혹에 자주 빠지게 되는 경위는 어렸을 때 받은 상처로 인한 자존감의 결여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느님께서 나를 눈동자처럼 지켜 주시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로 여겨 주시는 사랑에 깊이 잠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느낄 때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려고 지나치게 예민하게 의식하는 것이 치유될 것입니다.

 

제 안에 존재하는 두 아들의 장점을 실천하고자 애쓰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드러나는 두 아들의 약점에 대해 '뿌루퉁' 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애쓰고 싶습니다.

 

주님, 제게 큰 아들과 같은 충실성과 책임감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게 당신의 마음을 제 고향으로 삼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주시어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주세요. 제게 가까운 사람들이 작은 아들과 같은 약점을 보일때도 '뿌루퉁' 하지 않고 오직 당신의 사랑과 자비에 제 마음을 맡기게 도와 주세요. 제가 실천하지 못한 것들에 마음을 돌리고 당신을 힘입어 이웃의 약점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 아멘 

 

큰 아들과 같이 '뿌루퉁' 한 심정이 저의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저를 껴안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감사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 안에 제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 이상의 놀라운 가능성이 숨어 있다(요엘 3, 1)는 말씀에 깊은 위로를 느꼈고 희망이 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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