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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9) 2000원이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15 조회수1,038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4년11월15일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성 대 알베르토주교 학자 기념ㅡ요한 묵시록1,1-4.5ㄹ;2,1-5ㄱ;루가18,35-43ㅡ

 

         2000원이면

                 이순의

 

 

어머니는 오실때 마다 수척해 지셔서 오신다.

오늘도 가을 잎새처럼 볼품없는 가죽을 두르고 오셨다.

오셔서 차려드린 밥상은 달게 치우시는데

워째서 어머니의 몸은 뒹구는 낙엽을 닮아가시는 것일까?

두 칸 셋방을 살구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과분하리만큼 넉넉한 생활비를 드리는데

어머니는 왜 야위어만 가시는 것일까?

해 드리는 찬도 간식도 섭섭찮게 해 드리는데

점점 오시는 겨울 나무를 닮아가시는 것일까?

모아놓은 폐지를 모으고 정리해서 핸들카에 싣고 고물상 앞에까지 끄집어다 드렸더니 폐지줍는다고 투정부리지 않아서 편안해 하신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이것으로 한 번이면 1500원도 되고 오늘 같이 무거우면 2000원도 된다.

 큰아그 너가 끄집어다 줘서 2000원은 했다.

 운동도 허고 가용도 제법이 된다.

 우유도 사고 과일도 산다.

 오늘은 지난번에 큰아그 너가 사준 과일도 있고, 해준 식혜도  있은께 그냥 돈이로 남어서 옹골지다."

어머니는 드리는 돈을 쓰시지 않으시나보다.

그리고 폐지주워서 그 돈아치 만큼만 쓰시나 보다.

내가 잡수실 것을 따로 마련해 드리지 않으면 생활비 드린걸 헐어서 쓰실 어른이 아니다.

생활비 드리고 이틀만인 어제밤에는 전화에 대고 화를 냈다.

모으라고 드리는게 아니고 쓰시라고 드리는데 왜 안 쓰시고 그렇게 마르시냐고!

그러고 덜컥 겁이 났다.

노인네 속에 염장질러 놓고 밤에라도 탈이 나면 어쩌나 겁이 났다.

오늘은 점심을 드시러 오시라고 했더니 금방 간다고 하시고 두 시간이 지나버렸다.

골목에 나가 돌아다녀 보아도 보이지를 않고 또 내 속만 탄다.

그런데 엉뚱한데서 되돌아 오신다.

지나서 한 참을 가버리신 것이다.

그래도 오시니 또 안심이다.

이제는 일생을 가난하고 무지했던 시댁식구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는 내가 어리섞을 시간이 되어있다.

어머니의 육신 한 몸을 잃어버리지 않고 내 손으로 거둬야 안심인 세월이 왔다.

무거운 헨들카를 끄집고도 기다려 가야 할 만큼 천천히 따라오시는 어머니를 돌아보며 인생이 덧없어 보인다.

일생을 입에 풀칠하기도 급급했던 인생이 어머니가 아니던가?!

아들이 넷인데 한 자식만 잘 되었어도.......

어찌하여 그리도 각복하였더라는 말인가?!

그래도 자식 하나 없이,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올데도 갈데도 없이 사시는 아래층 할머니를 비유해 드리며 어머니는 이렇게 큰 아그도 있고, 올데도 있고, 갈데도 있고, 또 아들들도 있어서 얼마나 복이냐구 치켜드렸다.

나의 한계로 어머니의 명운을 내가 어쩌겠는가?

순리에 따라서 살아야지!

진짜로 인생이 내 뜻대로 안된다.

이 성당 다니기 싫다고.

자식이 고3 이 된다고.

어머니가 기력이 쇠하시다고.

이사를 꼭 가게 해 주시라고 청원 했는데........

정말로 인생이 내 뜻대로 안된다.

 

그래도 주님!

어머니 육신은 꼭 제 손으로 거두게 해 주십시요.

제발 부탁합니다.

주님!

 

ㅡ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루가18,4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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