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인생의 비밀이 담긴 두루마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18 조회수1,021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 베드로 대성전과 성 바오로 대성전 봉헌 기념(11/18)






    독서: 묵시 5,1-10 복음: 루가 19,41-44
    인간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의 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그 목적지는 어디인가? 인생의 행과 불행의 원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고난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끝은 어디인가?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은 끊임없이 지속되리라.
    오늘 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옥좌에 앉으신 분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 하나를 본다. 그 두루마리에는 바로 저 물음들의 답이 적혀있다.
    두루마리는 일곱 개의 인(印)으로 봉하여 있는 만큼 아직 누구도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이 봉인을 떼고 두루마리를 펼 자격이 있는 자가 누구인가?" 힘센 천사는 우렁찬 목소리로 묻고 있는데 그것을 펴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가 하늘에도 없고 땅에도 없고 또 땅 아래에도 없었기에 묵시록의 저자는 슬피 운다.
    우리가 고통 자체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그 고통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아내지 못하고 끝내 주저앉는 것이며, 고통의 끝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때이다. 그것이 인간을 무력하게 만들고 좌절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드는 것이리라.
    묵시록의 저자도 현재 자신의 교회와 신자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과 시련의 의미를, 그 결말을 열어 보여줄 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슬피 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천상어전에 둘러 서 있던 24원로들 가운데 하나가 희망의 소식을 들려준다. "울지 마시오. 유다 지파에서 난 사자, 곧 다윗의 뿌리가 승리하였으니 그분이 일곱 봉인을 떼시고 두루마리를 펴실 수 있습니다."
    다윗의 조상인 "유다"에게 그 아버지인 야곱이 사자처럼 힘세고 강인하라는 축복을 내려주었던 창세기 49, 9의 그 말씀이 인용됨으로써 일곱 봉인을 떼실 분의 억세고 강인한 모습이 그려진다. 또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이사11,1)는 구절도 인용함으로써 그 분이 바로 구약에서부터 기다려왔던 메시아이심을 확증하고 있다.
    드디어 옥좌와 네 생물과 24원로들 가운데 <어린양>하나가 서 있음을 보는 묵시록의 저자 요한. 그 어린양을 자세히 보니, 이미 죽임을 당한 흔적이 있는 분이셨다. 이사야 53, 7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고난받는 어린 양"을 연상케 하시는 분,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
    그는 일곱 뿔(강한 힘과 권세를 상징)과 일곱 눈(전지하심과 성령을 상징)을 가지고 계셨다. 그런데, 원로 하나가 외치던 "사자"의 표상과 "어린양"의 표상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유다인이 생각한 메시아는 강하고 억센 "사자"로써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상처받은 "어린양"의 모습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은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인간의 역사를 이끌고 계시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랑만이, 오로지 양처럼, 그것도 어린 양처럼 연약해보이는, 사랑만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증언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어린양의 상흔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바다.
    그 어린양은 인간을 위해 스스로 희생당하시는 사랑의 행위로 말미암아 비로소 인류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되고 역사의 비밀을 풀어 줄 두루마리를 펼치실 권한을 받게 된 것이다.
    어린양이 두루마리를 받아 들자 어제 독서에서 창조주 하느님께 찬양과 흠숭을 드리던 네 생물과 24원로들도 같은 찬양과 흠숭을 어린양에게 바친다. "당신은 죽임을 당하셨고, 당신의 피로 값을 치러 모든 민족과 언어와 백성과 나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 내셔서 하느님께 바치셨습니다."
    그분이 피값을 치르고 구하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이제 그분에게 예속되었다는 말씀이다. 이제 그들의 찬미의 노래는 옛날 출애굽의 구원의 업적과 그 백성에게 주셨던 사명을 연관짓는다. "당신은 그들로 하여금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한 왕국을 이루게 하셨고 사제들이 되게 하셨으니, 그들은 땅 위에서 왕 노릇 할 것입니다." (출애 19, 5-6)
    그렇다. 이제 구약의 백성들이 그랬듯이 새로운 그리스도의 백성들도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알리고 사제의 직분을 수행하여야할 책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묵시록의 저자는 우리에게 왜 이 천상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가? 어린양의 고난과 희생이 역사의 진로에 커다란 의미가 있었듯이 우리들의 고난과 시련도, 사랑의 상처들도 당장은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의 두루마리 안에는그 모든 계획과 뜻과 목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자신들이 당했던 참혹한 고통 속에서도 참된 기쁨과 행복을 선포하였다. 그들은 어린 양의 고통 속에서 자신들의 고통의 의미를 찾았기에 그럴 수 있었으며 그 종국에는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는 천상의 계시를 믿었으므로 그들의 슬픔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정말 그들은 천상에서 자신들이 믿은 바대로의 승리를 얻었을까?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지상의 역사는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교회는 교회를 쓸어버리려는 로마제국과의 무려 4세기에 걸치는 대결에서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으나 끝내 그들을 이겨냈다.
    교회 역사가들은 말한다. "그 격심한 대결에서 오직 한쪽 편만 무장하고 있었는데 파멸된 것도 오직 그 한쪽 편뿐이다."- H. B. Workman-
 
♬ 예루살렘 예루살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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