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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앙이 듬뿍 담긴 두루마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19 조회수961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33주간 금요일(11/19)






    독서: 묵시 10,8-11 복음: 루가 19,45-48 "입에 쓴 약이 몸에는 달다"는 말은 들어보았다. 오늘 묵시록의 저자인 요한은 이와 반대되는 이상한 약을 삼키고 있다. 입에는 꿀같이 달지만 배에 들어가면 배를 아프게 하는 <작은 두루마리>가 그것이다. 바보처럼 약효를 미리 듣고도 요한은 그 두루마리를 받아삼켰는데 과연 천사의 말 그대로였다. 구약의 에제키엘 예언자도 그와 비슷한 두루마리를 받아먹었는데(에제: 2,8-3.3) 요한의 두루마리처럼 입에는 꿀처럼 달았지만, 배속에 들어가 아프게 했다는 말은 없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우리 입에는 달지만-자꾸 끌리지만- 우리 몸 속에서 탈이 생기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커피? 화학 조미료? 술? 담배? 마약?....에잇!...설마 하느님이 그런 것을 주시지는 않았겠지. 할 수 없이 묵시록의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에제키엘서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에제키엘 예언서에는 두루마리 앞뒤로 가득 적혀 있었던 것은, 비탄과 탄식과 한숨이었다. 예언자가 선포해야 할 불행의 신탁이 얼마나 많았으면 양면 가득히 적혀있었다고 할까?. 그게 정말이라면, 그와 같은 것을 먹고 배가 성할 리는 없었겠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주님은 왜 그처럼 많은 재난을 인간에게 내리시며, 또 예언자에게 미리 전하라고 부르시는가? 에제키엘 3, 3을 주목해본다. "너는 두루마리를 네 배가 먹게 하고, (그것으로) 네 속을 채워라."-직역- 먹는 기관은 분명 입인데 배로 먹게 하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갸우뚱(-_-;;) . . . '배로 먹는다? ' 하느님의 말씀은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배로 먹고 속을 채워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곧 말씀은 듣는 이의 입에 머물지 않고, 그의 배속으로 들어가 그의 살과 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자, 뭔가 감이 잡히려고 한다. 하느님의 말씀 자체는 꿀처럼 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꿀처럼 단 그 말씀을 자기의 살과 피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재난이 될 뿐이라는 말씀은 아닐까? 실제로 묵시록의 6장부터 9장까지는 어린양이 들고있던 두루마리의 봉인이 차례로 떼어질 때마다, 천사들의 나팔 소리와 함께, 온갖 재앙이 쏟아지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재앙 속에서도 하느님의 충실한 종들에게는 구원의 메시지가, 희망의 말씀이 중간 중간 나오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늘 독서는 마지막 일곱 번째의 나팔 소리가 나기 직전(11장), 요한이 작은 두루마리를 삼키고 있는 장면이다. "너는 많은 백성들과 민족들과 언어들과 왕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을 해야 한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는 말씀이시다. 곧 재앙이 목적은 아니라는 말씀이시다. 마지막의 대재앙이 쏟아지기 전에, 충실한 종으로 돌아서기를 주님은 <다시> 고대하며 기다리신다. . . . 성서 말씀을 조금 안답시고 남을 비방하는데 성서를 인용하는 사람이 나는 제일 무섭고 싫다. 성서의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남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들으면 얼마나 꿀처럼 달콤하고 지당한 말씀이신가? 그러나 성서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거울이고, 자신에게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그러기에 성서 말씀을 가지고 남을 해치는 망치로, 상처를 주는 비수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말씀은 바로 그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분 자체인 말씀에 나를 비추어볼 때는, 한숨이 나오고 괴롭고 더러움 투성이다. 그 때문에 그분의 얼굴을 외면하기도 하고 도망도 가보고 변명도 해보지만...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무슨 방법이 있었던가. 그분의 말씀이 살아있기에, 나를 살리시고, 때론 나를 죽이신다. 그 안에는 생명이 있기에 위로를 주시고, 때론 질책을 하신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분의 말씀은 늘 나의 입안이 아니라 내 배속에 살아 계셔서 허무맹랑한 것들로 나의 배속이 가득 채워질 때마다 주리를 틀고 살점을 도려내어 못 견디게 만들고 계심을 나는 느낀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주님이 기거하셔야 할 성전인 나의 귀중한 몸을 자기 뱃속이나 채울 이기적 욕심으로 더럽히고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놓을 때마다 그분은 분노하시고 채찍을 휘두르고 잡상인을 몰아내시고 계심을 나는 느낀다. 그래도 미련한 나는 그 허망한 것들을 모두 토해내지 못하고 아직도 배를 움켜쥔 채로, 배앓이를 시시때때로 줄기차게 하고 있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으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바로 이런 나에게 매일 이런 글을 기도삼아, 채찍삼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여! 마지막 대재앙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지기 전에 당신 말씀의 위력으로 이 끈질긴 배앓이를 멈추게 해주소서. 더 늦기 전에,
 
♬ Urbs Jerusalem Be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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