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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니, 복음을 외우라고요?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주간)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20 조회수1,230 추천수8 반대(0) 신고

              아니, 복음을 외우라고요?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주간)

 

  수년 전에 어느 수녀원에서 부활성야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미사를 드리기 며칠 전에 전례를 담당하시는 수녀님이 저를 찾아와서 하시는 말씀,
  "신부님, 저희 수녀들은 독서를 다 외워서 독서책을 안보고 암송하는데, 신부님도 복음을 미리 외워서 복음책을 안보고 암송을 해주실 수 있는지요?"
  그런데 저는 부끄럽게도 "저는 못해요...저의 친정(?)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머리로 도저히  복음을 외울 수가 없답니다...."라고 수녀님께 통사정을 하여 관면(?)을 받았습니다. 그 부활성야미사에서 수녀님들은 도대체 몇 달 전부터 그 긴 독서들을 다 외웠는지, 토씨 한두개 정도 틀리고 거의 완벽하게 독서를 하였습니다. 저는 그 미사에서 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미사내내 '도대체 그 성서암송의 비결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정된 기억용량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저희가 하느님의 말씀을 입력시키기 위해서는 영적바이러스가 될 불필요한 기억들을 과감하게 삭제하여 우리의 돌퓨터(?)의 용량을 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성서를 모른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하고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이른바 불가타 성서를 쓴한 성 예로니모는 다음과 같은 체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 예로니모는 젊었을 적에 오로지 세상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세속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입신 출세하여 왕궁의 법정에 소속된 재판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만년에 이르러 그는 자신의 죄를 보속하기 위하여 성지 팔레스타인을 순례했습니다. 그때 그는 베들레헴에서 가까운 사막에서 기거하며 기도를 하고 재를 지키며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어려운 일에 매달려 자신의 지난날을 속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아름다운 한 소년이 나타나서 두 손을 내밀었는데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듯한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 소년이 입을 열자 예로니모는 그가 곧 소년 예수님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야 내게로 돌아온 네가 그 동안에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은 무엇이냐?"
 "예수님, 저의 마음과 저의 사랑을 전부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소년 예수님은 미흡한 듯이 아무 말이 없으셨습니다.
 "저의 모든 재능을 보속으로 바치겠습니다. 또 무엇을 당신께 드려야 합니까?"
 예로니모가 다시 말하자 예수님이 대답하셨습니다.
 "난 너의 모든 죄를 내게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는 죄없이 깨끗이 살기를 바란다...." >

  아마 그때 예수님께서는 예로니모의 죄를 '내 머리속의 지우개'로 깨끗이 삭제해주시고, 그의 영성과 영적용량을 무한대로 넓혀주셨나 봅니다.^^*

  참고로 불가타(Vulgata)란 '일반에게 널리 보급되어 있다' 라는 뜻으로, 시편을 제외한 구약성서는 히브리어에서 직접 번역하였고, 신약성서는 이미 번역되어 있던 라틴어 역본을 그리스어 원본과 대조해서 다시 정정한 것입니다. 이는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그 신빙성을 공인받았습니다. 그리고 1907년 성 비오 10세 교황은 베네딕도 수도회 수사들로 구성된 불가타위원회를 로마에 설치하고 새로운 개정판을 촉진하였습니다.
  한편 성서는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를 담은 책이며, 구세사를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문자로 기록한 하느님의 책, 교회의 책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 구원과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약속을 담은 계약의 책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서를 통해 우리에 대한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그 구원의 약속을 확인하고 믿으며, 영원한 생명을 향한 희망을 간직하고 키워나가게 됩니다. 
  구약과 신약의 구분은 인간 구원의 역사가 그리스도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눠지는데서 비롯합니다. 구약은 이스라엘 민족과 친교를 이루시고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준비한 하느님 섭리의 역사입니다. 하느님의 선택과 구원, 그리고 그 백성과 맺은 관계가 바로 구약의 핵심 주제입니다. 신약은 하느님 당신이 정한 때가 이르러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류와 새로운 계약을 맺음으로써 구원 계획을 완성하신 역사입니다. 이 새로운 계약이「새 계약」, 곧 「신약」입니다. 정경으로 인정된 성서는 구약성서 46권, 신약성서 27권 등 총 73권입니다.
  그리고 성서는 성전, 교도권과 함께 계시의 3원천 중에 하나이며,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즉 그리스도왕의 왕자, 공주임을 후천적 망각증(?)으로 잊지않고 잘 기억하도록 도와주며 또 우리의 신분을 보증하는 계약서이지요. 성령의 감도로 씌여진 이 성서는 역시 성령의 비추임을 받아 읽으며 또 그 말씀으로 기도할 때  우리는 성서가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참고로 성서묵상법으로 널리 알려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4가지 단계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1. Lectio(읽기)
2. Meditatio(묵상하기)
3. Oratio(기도하기)
4. Actio(실천하기)

  따라서 렉시오 디비나는 우리의 지성과 이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잘 읽고 되새기는 묵상을 통하여 주님의 뜻을 명확히 깨닫고, 또 성령의 이끄심으로 그 말씀으로 기도하며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성전 즉 몇몇 교부들의 말씀을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침묵 속에 숨어 계시던 말씀께서 우리 가운데로 나오셨다. 그러므로 말씀은 이름을 지닌 위격이 되셨다. 또한 하느님의 거울이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 되셨다."(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주교)
*"이제 성서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이 메아리치지 않은 곳은 아무데도 없다"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우리는 성찬례에서뿐 아니라 성서 독서중에도 역시 그리스도의 살을 먹고 그분의 피를 마신다.. 나는 복음이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마치 그리스도의 몸에 다가가듯 성서에 다가가야 한다."(성 예로니모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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