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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생각하는 왕(11/21)
작성자이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20 조회수1,074 추천수7 반대(0) 신고
 

그리스도 왕 대축일(연중 34 주일-다해)

              2사무엘 5,1-3         골로사이 1,12-20             루가 23,35-43

      2004. 11. 21. 홍제4동

주제 : 우리가 생각하는 왕

찬미 예수님!

오늘은 교회에서 생각하는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주간의 첫날입니다.  달력은 아직 12월이 남았고, 11월도 다 지나려면 한 주간이 더 남았는데, 교회는 이번 주간을 마지막 주간으로 지냅니다.  교회에서 한 달을 빨리 마치려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물건을 팔기위해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교회에서 기억하는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속세의 달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때로부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하면서 장사꾼들은 성탄마저도 이용하는 이때, 한 해를 마치는 마지막 주간, 첫날을 우리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낱말의 의미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삶에 구원자로 오셨던 예수님을 우리가 왕으로 받들어 섬기고 모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뀐 오늘날, 옛날에 썼을 낱말인 ‘왕’이라는 말의 뜻은 그다지 좋은 느낌을 주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좋은 것을 생각해야 할 날입니다.  아직은 적당한 말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왕이라는 직책, 요즘 말로 이야기하면 대통령이란 직책은 참으로 큰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민주사회가 되고 난 다음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와 선택으로 그 임무가 그에게 주어지지만 그가 갖는 권력은 개인의 힘을 합친 것보다 큽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왕이요 대통령의 겉모습이고 실제 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연중 34주일,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기억하는 왕은 그런 차원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늘 들은 루가복음은 교회가 생각하는 왕의 모습을 전해줍니다. 우리가 들은 내용은 세상에서 통용되는 모습과는 다릅니다.  인간적인 입장으로 보면 자기 목숨도 살리지 못하는 사람, 십자가에 두 팔을 억지로 벌리고 못이 박힌 사람,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조롱과 비난을 받는 딱한 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인 예수님을 신앙인들은 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교회가 말하는 것입니다.  왕이라는 낱말의 뜻은 알아듣겠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신앙을 자기 편리할 대로 이용하고 대충 집어던지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서시렵니까?


왕이라는 같은 표현을 써도 사회에서 쓰는 말고 우리 교회에서 쓰는 말의 의미는 다릅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왕(王)이라는 말의 의미는 ‘봉사하는 사람, 내 밥을 먹고 내 힘으로 움직여도 그 보수를 받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그 말의 의미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의 질투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신앙을 가볍게 생각하고 대충 살면서 적당한 핑계를 찾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되는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 함께 있었던 두 사람의 모습에서 우리는 두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것처럼 예수님을 향하여 나를 도와주셔야 한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거나, 내 삶을 돌이키면서 부족한 것을 먼저 떠올리고 하느님의 자비를 겸손하게 청하는 사람이 되거나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쪽의 삶을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쪽을 선택하든 충분한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왕으로 고백하는 전통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위대한 선조로 생각했던 다윗의 정통성을 잇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당시에 열두 부족으로 갈라져있던 민족을 통일시키고 한 마음으로 만들어 하느님을 공경하게 만들었던 인물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겪으신 것과 똑같은 고통의 길을 가기는 힘들겠지만, 다윗이 보였던 일치와 사랑의 길을 가도록 노력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날 신앙인으로 기억하는 그리스도의 왕직을 우리가 지금 세상에서 드러낼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왕은 다스리는 사람입니다.  그 대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예수님이 보이신 삶의 본보기를 뒤따르는 왕이라면 우리가 다스릴 세상의 사물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대답이 쉽지 않은 만큼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행동하는 모습에 따라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더 잘 드러나도록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오늘 그리스도를 왕으로 신앙의 정신으로 고백하는 주일에 진정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롭게 다짐해야 할 일입니다.  그 마음은 올해를 다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마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잠시 우리의 삶을 하느님의 뜻에 맞추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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