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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밥퍼 수녀님 (대림 제 1주 수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30 조회수1,525 추천수8 반대(0) 신고

                    밥퍼 수녀님 (대림 제 1주 수요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수년 전에 김영진신부님의 '밀가루 서말짜리 하느님'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6. 25전쟁후에 가난한 사람들이 성당의 구호물자를 얻어먹기 위해 영세받은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한번은  어느 냉담신자를 본당신부님이 가정방문을 하여 "아무개 형제님. 오랫동안 냉담하셨군요..."하였더니, 퉁명스럽게, "아이고 신부님요, 겨우 밀가루 서말 얻어먹고 3년이나 성당에 나갔으면 되었지 뭐가 부족하단 말씀입니까?"하더랍니다.^^*

  오늘 복음(마태 15, 29-37)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또 수많은 군중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고 빵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어떤 분은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신 것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싸가지고 온 음식물들을 모두 내어놓게 하셔서 골고루 분배하게 하셨다고 해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남은 음식을 모아보았더니 일곱광주리에 가득찼다고 합니다.

  이 지구에는 아직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구상의 먹거리는 우리들이 모두 먹어도 남을 만큼 풍족하다는군요. 아마 식량분배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밥이 하늘'이라고 한 시인 김지하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굶주리는 이들에게는 바로 먹거리가 바로 하느님이 아닐까요? 그래서 예수님은 구약의 만나를 상기시키듯 스스로 자신을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그리고 "이는 내 몸이다. 너희를 위해 나누어질 빵이다"라고 하시지 않았을까요?

  따라서 전교를 한다는 것과 빵을 나누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요? 가난한 사람에게 밀가루 3말이 아니라 3가마를 주었다면 좀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그래서 마더 데레사는 평화는 바로 나눔이라고 하였고 그 나눔의 모범을 보이신 분이 예수님이었고,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여기 그리스도의 평화를 멋지게 전하는, 즉 밥을 푸는 수녀님이 한분 계셔서 소개해드립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쌀(?)이 떨어졌다고 하는군요. 뜻이 있는 분의 동참을 기대해봅니다. 가브리엘통신      

        
        <경북 군위 알코올중독 행려자 보금자리 '소보 둥지'>

 

  경북 군위군 소보면 도산1리. 인적이 뜸한 외진 언덕 위에 작은 집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가건물로 지어진 허름한 집이지만 이 곳에 발붙이고 사는 11명의 식구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그래서 식구들은 이 집을 ‘소보 둥지’라고 부른다. 철새가 머나먼 여행을 하다 피곤한 육신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둥지를 틀고 안식을 취하듯 그들도 자기 힘으로 집을 지어가며 이 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김정길(44, 프란치스코)씨는 “여기가 고향이자 내 집이다”고 말한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매일 소주를 대병 하나 이상을 먹어댔다. 거리에 쓰려져 잠을 자다가도 눈만 뜨면 술병부터 찾았다. 그러기를 3∼4년. 어느날 그는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만취해 간과 쓸개가 썩어가는 고통도 모른 채 골목 한켠의 리어카 아래에서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를 발견해 수술까지 해준 사람은 당시 대구역 근처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던 최분이(소피아) 수녀. 최 수녀는 얼마 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복지시설 ‘요셉의 집 평화계곡’을 마련하고, 김씨와 같은 알코올 중독 행려자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지난 94년의 일이다. 소보 둥지에는 김씨처럼 평화계곡에 살면서 술을 끊고 재활의지를 키워온 11명이 이주해 살고 있다. 이제 두 달째다. 평화계곡에 사람이 넘쳐 더 이상 받아들일 여유가 없게 되자 분가시킨 것이다. 새가 나뭇가지 등을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 둥지를 틀 듯이 ‘소보 둥지’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름도 밝히지 않는 고마운 은인이 땅 2만3000여평을 내놓았다. 배나무 800여 그루와 작은 연못이 있는 아름다운 땅이었다. 그러나 집이 없었다. 집을 지을 돈도 자재도 없었다. 최 수녀와 식구들은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건축 현장이 보이면 어디든 들어가 쓰다 남은 폐자재를 얻어왔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내다버린 가구도 주워 왔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파헤쳐진 돌도 들고 와 마당에 깔았다. 거지 ‘왕초’가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먹거리를 얻어오듯 그렇게 모인 자재로 집을 지었다. 그래서 식구들은 최 수녀를 ‘왕초’라고 부른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트럭 한대가 둥지를 찾아왔다. 구미에 있는 치과의사가 병원을 옮기며 쓰다 남은 온풍기, 소파 등을 내놓은 것이었다. 차 주위에 모여든 식구들이 연신 싱글벙글한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데이.”

‘왕초’수녀의 입에도 미소가 번졌다. 식구들이 짐을 옮기며 희망에 부풀어 기쁘게 일하는 모습이 흡족했던 모양이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밥해주는 수녀들이 밥 먹으라고 식구들을 불렀으나 미동도 않는다. 너무 좋아 눈길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좋아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 힘으로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으니 좋을 수 밖에요.”
  박 아무개씨가 트럭에서 내린 장식장을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둥지가 제 모습을 갖추려면 아직 멀었다. 이제 가건물 하나를 지었을 뿐이다. 식구들은 함께 밥 먹을 공간도 없어 임시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주방 겸용으로 쓰고 있다.

“우선 우물부터 하나 파야 되는데….”
   왕초 수녀는 걱정이 앞선다. 여기 저기서 얻어다 잘 곳은 겨우 마련했으나 모든 게 부족하다. 수도 배관을 끌어올 수 없어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평화계곡에서 길어다 먹고 있는 실정이다. 우물을 파는데 800만원이 들지만 엄두를 낼 수 없다. 먹거리도 부족해 얻어 먹이는 형편인데 돈이 있을 리 없다. 이날 수녀들은 식구들에게 더운 밥 먹이고 남은 시꺼먼 누룽지로 점심을 때웠다.
“앞으로 40명 정도는 여기로 데려와 살아야 할 것 같은 데 제대로 된 집이 없어 걱정이네요. 집도 더 지어야 하고, 식구들이 모여 기도할 수 있는 작은 방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식구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 배나무 800그루에서 꿈을 딸 계획이다. 그래서 거름을 만들어 배나무 주위에 듬뿍 뿌려 주었다. 사과나무도 심어볼 생각이다. 잘 되면 가을에 팔아 몇 푼이라도 모아 둥지를 꾸밀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울 자리가 있고 밥 먹을 곳이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그것도 없어 오로지 술만 먹었지만요. 그래서 요즘은 살맛이 납니다. 식구들과 형제처럼 오순도순 살 수 있으니 더 바랄 것 없습니다. 배나무를 열심히 키워볼 겁니다.”
  식구들의 말에 희망이 묻어났다. 식사를 마친 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하나 둘 씩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연장을 잡고 또 일을 시작한다. 그 모습이 안타까운지 왕초 수녀가 ‘좀 쉬었다가 해라’고 말렸지만 식구들은 못 들은 체 한다.
“술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이렇게 변해 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기적이구나’ 싶습니다. 술에 시달린 뒷 끝이라 몸 성한 데 없는 이들인데도 힘을 내어 일하고 꿈을 가꾸어 가는 이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왕초 수녀의 얼굴에 퍼진 환한 미소가 ‘소보 둥지’를 가득 메우는 듯 했다.

*도움주실분은 <농협 703011-52-060211 예금주 최분이>

                     <연락처 054-931-0022, 011-9595-5406 > 

                                                                  (대림 제 1주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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