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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랑나비 (12/3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대축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02 조회수1,158 추천수6 반대(0) 신고

                         파랑나비 (12/3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대축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한번은 어느 선교사가 중국에 선교를 하러왔다가 그곳에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와 하면서 그 병균을 몰래 병에 담아 본국으로 돌아와 치료약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본국의 항구에서 검문과 검역이 하도 삼엄해, 할 수 없이 그 병균을 마시면서 이런 유언장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제 죽게 되는 나를 해부하고 연구하여 그 병의  치료약을 만들어 중국에 보내어 불쌍하게 죽어가는 중국사람들을 살려주십시오..."

 

  오늘은 선교의 수호자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대사제 축일입니다. 그는 1506년 스페인 나바라 지방의 하비에르 성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1534년 성 이냐시오와 함께 예수회를 공동 창립하였습니다. 그는 탁월한 설교와 모범적인 생활로 포르투칼, 인도, 일본등을 차례로 선교하였으나 안타깝게 46세에 중국을 바로 눈앞에 두고 선종하였다고 합니다. 아마 위의 선교사와 같은 열정과 사랑으로 중국을 바라보셨겠지요...

 

    저는 지난달부터 저희 병원에서 '파랑나비'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치 민신부님의 추모홈피(http://min0319.com)의 대문을 지키고 있는 파랑나비처럼 말입니다. 이런 별명이 붙게 된 것은 민신부님이 북한산 등반을 하시다 선종하신 한달 후, 그분의 가족들과 함께 북한산에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라는 민신부님 추모패를 산정상에 붙이러 추모산행을 갔다가 제가 낙엽에 미끌어져 넘어지면서 왼쪽손목을 조금 다쳐 파랑 캐스트(무거운 깁스 석고대신 가벼운 플라스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실을 영대자락 휘날리며 파랑 캐스트를 한 원목신부가 나비처럼 날아서 안수와 함께 은총의 꽃가루인 말씀사탕을 나누어주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이제 저도 환자로서 병원의 환자들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게 됨을 하느님과 민신부님께 감사드리며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파랑나비'가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참고로 한달 전 성프란치스코 축일에 올렸던 저의 글을 다시 올려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참, '누가 꽃들에게 희망을 ' 노래를 댓글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에게 해준 것이...>

 

   병원에서 사목을 한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것은 모든 병실의 환자들을 방문하는 일입니다. 병실에 병균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와 또 의사의 넥타이가 많은 병균을 옮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병실방문이 조심스러워졌고 또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영대가 병균을 옮기고 다닐지 모른다는 핑계로 병실방문을 좀 줄여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루가 10, 25-37)의 착한 사마리아사람의 비유를 묵상하다가 이러한 저의 모습이 강도를 만나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길에서 만나고도 그냥 지나가는 사제라는 것을 깨닫고 요즘은 씩씩하게(?) 모든 병실을 돌고 있습니다. 참고로 얼마 전에 박미숙님이 올리신 '나병환자와 성프란치스코'를 퍼드립니다.

 

                    <나병환자와 성프란치스코>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곽에서 멀리 떨어진 밤나무 숲 속에 한 양로원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나병환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병은 무서운 병이고 아무도 고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도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나병환자들은 온몸에 부스럼이 생기고 거기서 피가 나고 냄새가 심하게 풍겼습니다. 어떤 환자는 손과 발이 썩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가기도 했고 장님이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서로 도우며 살았습니다. 아직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장님을 인도해 주었고 손이 남아 있는 사람은 손이 없는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그 환자들에게 돈과 음식을 자주 보내주었습니다. 그는 나병환자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지만 한 번도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비참한 그들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다 양로원 앞을 지나가게 되면 재빨리 코를 막았습니다.     어느 날 프란치스코는 아무 생각없이 말을 타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기에 돌아다보니 양로원 앞이었습니다. 대문 앞에 한 환자가 앉아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양반, 이 불쌍한 늙은이에게 뭐라도 좀 주고 가시오!"
  프란치스코는 얼른 돈주머니를 꺼내어 그에게 던졌습니다. 돈주머니는 환자 앞 먼지 속에 떨어졌습니다.
  "고맙소.   착하신 양반,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천 배로 갚아 주실 것이오." 
   노인은 돈주머니를 집기 위해 팔을 뻗쳤으나 닿지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뭉그러진 다리를 아주 힘들게 앞으로 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그에게 발이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다리시오."
  프란치스코는 말에서 내려 달려가 돈주머니를 집어 들고는 "용서하시오!"하며 환자의 손에 직접 쥐어 주었습니다.
  "나를 만지지 마시오, 젊은 양반! 나를 만지면 내 병이 옮을지도 모르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는 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쥐고는 말했습니다.  
 "붕대로 감아야겠습니다." 
 "여기는 물도 없고 붕대도 없소."  
프란치스코는 "오, 하느님!"하고 부르짖으며 "내일, 내일 제가 다시 와서 당신의 상처를 치료해 드리겠습니다."하고 약속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건강한 다리로 말에 올라탔고, 건강한 손으로 말고삐를 잡았습니다. 그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으며 새털 모자를 썼습니다. 신고 있는 구두는 아마 아씨시에서 가장 좋은 신이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그 가련한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는 말 목덜미에 머리를 파묻고는 울었습니다. 말의 갈기가 눈물로 젖었습니다. 말은 길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주인을 집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양로원 앞을 지나기를 꺼려했었지. 그 상처와 냄새 때문에...’ 다음 날 그는 말에다 먹을 것과 치료도구를 싣고 양로원으로 가서 하루 종일 일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그는 피곤한 몸으로 숲 속을 거닐었습니다. 거기서 문이 반쯤 열린 작은 경당을 발견하고는 들어가 흔들거리는 나무 의자에 앉아 쉬었습니다. 경당은 조용하고 어두침침했습니다. 불빛도 없었지만 그는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를 쳐다보며 양로원에 있는 손발이 없는 노인과 십자가에 달린 저 사람 중 누가 더 비참한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하나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푼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프란치스코는 놀란 듯이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는 당신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물을 가져다가 당신을 씻겨 드렸는데 부끄러워하지도 않으셨어요. 제가 당신의 상처를 서투르게 치료하고 붕대를 감을 때 몹시 아프셨을텐데도 '고맙다'고 하셨죠. 죽을 데워서 한 숟갈씩 떠넣어드릴 때 당신은 마치 아기가 어머니에게서 받아먹는 것처럼 하셨지요. 넉넉하게 잡수신 당신은 절더러 '세상 이야기를 들려 달라' 하셨고, 저는 사람들이 사는 얘기를 했고 유행되고 있는 새 노래도 불러드렸죠.  당신은 제게 물으셨지요. '다신 오겠니?’저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지요.   내일은 아마 예수님, 당신을 좀더 가까이에서 뵙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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