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보르네오에서 만난 사람들
작성자권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02 조회수889 추천수2 반대(0) 신고

가끔 말씀에 목마를 때가 있으면 굿뉴스에 들어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바 있는데 게시판이 차츰 정치판이 되는 것 같아 이곳저곳 다니다가 따뜻한 이야기 방을 거쳐 묵상 방까지 왔습니다.

지난 번에 "마음을 비우는.."이란 제목으로 글을 하나 올렸더니 많은분들이 봐 주셨더군요. 제가 올린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다 생각하니 기분은 좋은데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제가 평소 존경하는 신부님들께서 글을 올리시는 이 난에 감히 제 이름을 올린다는 게 좀 그렇기도 하구요.

하지만 보르네오 정글은 아무나 가서 오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묵상자료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제가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를 시간 나는대로 가끔 이 난에 소개코자 합니다.

 

보르네오섬은 지구상에서 4번째로 큰 섬이랍니다. 섬의 북쪽(전체면적의 3분의1)은

말레이시아 영토인 사라와크와, 일부는 석유부국인 브루네이왕국이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분의 2는 인도네시아 영토인 칼리만탄입니다.

석유, 석탄, 철광석, 심지어 다이어몬드광산까지 다양한 지하자원과 원시림이라 할 수 있는 목재 등등 아주 자원이 풍족한 곳입니다.

주변 바다에는 고기 반, 물 반이고, 3모작이 가능한 논과, 밭이 있지만 바나나 파인에플,  망고, 망기스,낭가, 부아 람부트. 듀리안에 이르기 까지 어디를 가든지 열대과일이 흔하고 카사바(고구마 비슷함) 등 먹거리가 흔하다 보니 광에서 인심 난다고 사람들이 순하고 착하기만 합니다. 게으른 것이 좀 흠이긴 하지만 게으른 것은 기후 탓도 있어요. 땡볕에 나가면 40도가 넘는 더위거든요.

하지만 습기가 별로 없어서 그늘에 들어가면 바람이 아주 시원해요. 기온도 섭시 27도 내지 28도를 안 넘으니까요.

 

그곳 사람들이 착하고 순박한 것은 자원이 풍부하고 먹거리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고양이가 쥐를 안 잡아 먹거든요. 땀 뻘뻘 흘리며 별로 맛도 없는 것을 왜 잡아 먹느냐 이거죠. 생선이며 고기 등 먹거리가 흔한데....

 

먹거리 등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사람들을 느긋하게 하고 착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더군요. 먹거리는 10인 분인데 먹을 사람은 5명이라고 했을 때. 악을 싸가며 빨리 먹을 까닭이 없잖아요. 천천히 먹어도 내가 먹을 몫이 남아있다는 것이 사람을 선량하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먹거리(자원)는 5인분인데 먹을 사람은 10명이잖아요. 빨리빨리 먹지 않으면 내몫이 남아 있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조바심 나게 하고 급하게 하는 것인지... 매사가 빨리빨리, 식사도, 일도, 공사도, 심지어 걸음걸이조차도....

어디 그 뿐입니까? 전쟁이며 불확실한 미래 등등, 실제로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다가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배를 놓친 사람은 지금도 북쪽에서 죽을 고생을 하잖아요.

거기다 성과제일주의를 표방하는 군사문화의 잔재까지 남아 우리 국민성이 요로코롬 돼 버린 것 아니겠습니까?

 

이젠 우리도 느긋할 때가 됐다 싶은데도 이미 급한 데 너무 익숙하게 길들여져서 쉽게 고쳐지지 않잖아요.

중고등 학생미사에 참여했더니 학생들이 독서를 하는데 얼마나 빨리 읽는지 들을 수가 없더군요. 주일학교 선생님께 몇번을 부탁 드렸어도 아직도 마찬가지에요.  

교형 자매님들, 이제 우리 아이들이라도 좀 느긋하게 착하게 키웠으면 싶어요.

오늘 저녁엔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성서를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읽는 것을 좀유심히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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