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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16) 나의 날개가 된 사랑을 펴고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04 조회수1,039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4년12월4일 대림 제1주간 토요일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 ㅡ 이사야30,19-21;마태오9,35-10,1.6-8ㅡ

 

           나의 날개가 된 사랑을 펴고

 

 

밤 깊은 자정에 밥상을 펴고 색칠을한다.

뭉툭한 손으로 열심히 열심히 색칠을 한다.

성탄카드를 만드느라고 바쁜 각시를 위해 색칠을한다.

신기하다.

저 남자가 내 짝궁인지 의심스럽다.

 

이른 오전에 그릇에 담긴 당근을 깍고 시금치를 다듬는다.

뭉툭한 손으로 조심조심 칼질을한다.

김밥을 준비하느라고 바쁜 각시를 위해 칼질을한다.

재미있다.

저 남자가 내 짝궁이 분명하다.

 

어제밤에 같이그린 그림을 가지고 나간다.

문방구에 가서 코팅을 해 오신다고 나간다.

미안해서 내가 가려고 했는데 바쁜 각시를 위해 나가신다.

신기하다.

저 남자는 각시가 외간의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는데 걱정도 안되나 보다.

 

늦은 오후에 어서 들고 나가라고 재촉이다.

걸래를 들고 뒷정리는 알아서 하겠다고 늦지말라고 잔소리다.

미안해서 눈치를 좀 보려고 했는데 재촉이 심해서 급하게 나갔다.

재미있다.

저 남자는 각시가 지고 들고 외간의 사람들한테 가는데 질투도 안나나 보다.

 

나는 외간의 사람들과 마음으로 허락한 시간만 함께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짝궁의 사랑이 세상을 향해 나에게 얼마나 큰 날개가 되어 날개짓을 하는가를!

알찬 만남은 꼭 길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외간의 벗님들께 용서를 청하며!

그 만남을 허락해준 날개에게 염려를 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다.

 

전철을 타고 휴대전화기의 단추를 눌렀다.

"당신이예요?

 저녁 식사는 했어요?

 모두 반갑고 자리는 좋았는데요.

 당신만큼 멋있는 분은 계시지 않았어요.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하고 사는지를 확인하는 밤이였어요."

그저 수고를 함께해준 날개는 기분이 좋다.

 

날개가 부재중일 때는 절대로 날개짓을 하지 않는 각시를 배려해 주느라고 짝궁은 외출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날개가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또 그 날개를 접고 안주할 것이다.

내 둥지를 떠날줄을 모르는 새가 되어!

 

나는 어제 날개가 된 사랑을 펴고 한 바퀴 비상을 하고 돌아왔다.

외간의 벗님들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주님의 사랑이 여러분과 함께!

 

ㅡ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오1,8ㄷ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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