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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18) 어머니도 과외 계획을 세우셔야합니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07 조회수951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4년12월7일 화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ㅡ이사야40,1-11;마태오18,12-14ㅡ

 

               어머니도 과외 계획을 세우셔야합니다.

                                                             이순의

 

 

어머니의 과외라?

내가 할 수 있는 과외?

텔레비젼도 보지 말고, 컴퓨터 코드도 빼 놓고, 발소리도 내지 말고, 숨소리도 내지 말고, 책장 넘기는 소리도 내지 말고, 눈치는 열심히 보고, 돈도 허리끈 뜯어질 정도로 아껴서 써야하고, 잠도 병아리 눈물 만큼만 자야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삼켜야하고, 먹을 것은 영양식으로다가 준비하고.......

 

자식이 고3이 되면 그래야 한단다. 거기다가 우리집은 마음은 부자인데 돈이 없어서 그 꼴을 더 열심히 감당해야한다. 독서실비가 한달에 20만원을 호가 한다는데 우리 아들은 그래도 그거라도 아끼겠다고 집에서 하기로 했다. 아니! 엄마가 그거면 학원 하나라도 더 갈 돈이니까 집에서 하라고 명령을 했다. 제 놈이 부모 잘 못 만났으니 감당해야할 몫인줄 알고 그렇게 해 왔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서 써둘 글들을 낮 시간에 써 두느라고 컴에 매달려 보지만 글이라는게 아무때나 써지는게 아니질 않는가?! 그래도 자식이 또 고3이라는 탱크 앞에 서 있는데 그깟 글이 대수냐? 하고 좁은 골방에 앉아 신경 세우고 아들의 방을 느끼고 앉았다. 지금은 고2학년 마지막 시험 기간이다. 가만히 앉아서 이 짓을 1년을 할 일을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히다. 내가 자식 낳아서 키우는게 이렇게 큰 벌을 받아야 하는가?

 

창살없는 감옥이라더니 참 내 신세가 한심하다. 이놈의 감옥은 심정이 편치가 않아서 책도 눈에 오래 읽히지를 않는다. 귀가 아들의 방에 머물러 있어서 글의 뜻이 머리에 담기지도 않는다. 금방금방 시키는 심부름은 또 왜 그렇게 많고 해 주고 싶은 것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물이 뜨거우니 찬물을 타다주세요. 물이 차거우니 뜨거운물을 타다주세요. 부터 시작해서 동치미에 국수를 말아서 간식을 해 줘 볼까나? 과일을 깍아서 들여줘 볼까나? 고구마를 쪄서 가져다 줄까나? 까지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앉아있다. 

 

어제밤에는 공연히 우울했다. 나도 나가서 돈 벌어다가 독서실비 줘서 밖으로 쫓아낼까나? 아니지 아니지! 에미가 마음이 이러면 안되지! 제 녀석은 또 얼마나 힘이들겠는가? 스트레스는 또 어디서 풀겠는가? 어멈이라도 앉을 자리가 되어 주어야지!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멍청히 앉아서 자정이 넘고, 졸다가 자다가 자명종소리에 일어나 지쳐 자는 아들놈을 깨우려니??!! 워매 내새끼 짠시러서 더 자게 두고 싶지만 학교는 가야 되므로 모질어진 엄마 되어서 또 깨운다.

 

단잠이라도 엄마 믿고 잔단다. 엄마가 깨워주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면 제 놈이 자다가 졸다가 학교에 가서 또 자다가 졸다가 한단다. 밤에는 엄마가 대신 자다가 졸다가 하는 동안에 푹 자고 나면 깨워주는 소리에 일어나고 학교에 가서도 졸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나가서 돈을 벌면 가뜩이나 건강을 타고나지 못한 체질에 저녁내내 골아 떨어져서 아침에 아들놈 깨워주기는 커녕 내 출근만 바쁠 위인이 내가 아니던가?!

 

지난번에 급식 봉사를 갔는데 회장 엄마가 우리반 마지막 급식봉사라고 혹시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중이지 않으면 뵙고가자는 특혜(?)를 주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수업이 없었다. 자식을 둔 모든 엄마는 그렇다. 자식을 맡겨둔 선생님께는 늘 죄송하고 부족한 부모의 심정이 된다. 아직 덜 자란 미숙아를 맡긴데 대한 부모로서의 당연한 겸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직업이 선생님이신 분들도 자식에 대해서는 매 한가지일 것이다.

 

황송한 마음으로 앉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어머니들도 과외 계획을 세우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울증도 덜 할 것이고, 아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덜 할 것입니다. 그러니 1년짜리 계획을 세우셔서 어머니 자신을 관리하도록하셔야 합니다." 워째서 나는 아들에 대한 말씀 보다 그 말씀이 가심에 와서 콱 하고 박히는 것이다. 1년짜리 계획? TV도 끄고 컴퓨터 코드도 뽑고 오로지 수험생을 위한 전략에 대하여 메니저(?)인 어머니도 관리를 해야한다?! 와~~! 장난이 아니구나!

 

아들은 제 놈이 벌써 지례 겁부터 먹고 별 소리 다 한다. 엄마 자신없어요 부터 엄마 나 대학 안갈래요 까지! 그럴때마다 그걸 참고 다독이고 격려하고 웃어주어야 하는 몫이 엄마다. 속에서는 용광로의 쇳물이 끓고, 화약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고, 뒤통수는 돌아버릴려고 하는데도 엄마는 엄마여야한다. 으와~! 1년동안 저놈의 소리를 몇 번을 들어야하고 나의 꼭지는 또 몇 번을 돌아야 할 것인가? 그런데 이 나라는 고3만 으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우찌께 살으끄나?

 

나는 자식한테 줄 돈도 물려줄 재산도 없으니 자식 낳은 죄를 통탄해야 될끄나? 아니면 이 나라에서 태어난 후회를 해야 될끄나? 정말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고 나니 읽기도 싫고 쓰기도 싫고 글도 싫고 다 싫어졌다. 고3은 되보지도 못하고 미리서 나가 떨어질 심산이다. 거기다 내 자식은 독서실도 못가고 집에서 1년을 죽칠 판이다. 나는 그 십자가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한다. 

 

"이놈아 세상에서 제일 힘든 아이들이 누군줄 아느냐? 전교1등 출신에 서울대학 나와서 빵빵 나가는 아빠를 둔 아이들이야. 아빠 정도는 되야 아빠가 인정해 줄텐데 얼마나 고생이 심하겠니? 너는 아빠가 무학이니까 정 힘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면 되는거야. 그래도 아빠보다 훨씬 잘난 아들이잖아? 그러니까 지금 하는 공부는 덤이라고 생각하면서 해. 아무리 못 해도 시장에서 아빠랑 장사는 해 먹고 살을 직업이 보장 되니까 아무 걱정 말고 하는데 까지만 해. 엄마는 지금도 네가 자랑 스러워!"

 

으와~! 속에서 천불이 난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도 과외를 정해야겠다. 골프? 돈이 없지! 수영? 나는 양쪽 귀를 수술해서 안되지! 문화강좌? 입성이 초라해서 쪽팔리지! 계모임을 만들까? 아휴! 수다수다 왕수다 으~~~! 좀 거룩한 것으로 골라볼까? 묵주기도 천단씩? 우히힝??? 성서쓰기 다섯시간씩? 으허헝??? 십자가의 길로 열 바퀴씩? 이흐흥??? 매일 미사참례? 그건 원래 전공인데 지금은 부득이 쉬어야 되는데 우짜노???

 

드디어 내 아들이 고3이다. 나도 자식이 있어서 이런 고민 하는 호강을 하고 있다. 축복이다. 자식이 하나 뿐이라 한 번 밖에 못할 축복이다. 잘되고 못 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대통령도 농군이 있어야 밥을 먹고, 공장의 공순이가 있어야 팬티를 입으며, 구두닦이가 있어야 구두를 신는다. 이발사 없는 대통령을 생각해 보라. 세상은 모두가 존재해야 할 의미가 있고, 사랑받아야할 권리가 있다.

 

단지 내 자식은 농군 보다는, 공순이 보다는, 구두닦이 보다는, 이발사 보다는, 그들의 시중을 받는 대통령쪽에 가까운 인물을 바라기 때문에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식이 대학을 갈지 못갈지 모른다. 그러나 하늘이 그놈에게 준 몫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무학인 짝궁이 세상을 열심히 사는 것처럼! 공주님 같았던 내 자신이 지질이도 척박한 시집살이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처럼! 대학을 가든지 안가든지 하늘이 그놈 한테 준 몫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내가 내 인생을 모르고 섭리에 이끌려 온 것처럼 제 놈도 제 인생을 모르고 섭리를 따를 것이다. 큰 몫이면 섭리도 크게 인도할 것이고 작은 몫이면 아빠처럼 살아도 살아도 뜻대로 안되는 인도를 받을 것이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은 살았다는 의미가 있고 사랑 받았다는 존재가 있다. 내 자식이 장애없이 강건한 것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탈선해서 가출하지 않은것을 생각하며 또 감사하고, 자기자신이 좀 더 잘하고 싶지만 뜻대로 안되는 것을 한탄할 줄 알아서 또 감사하고.....

 

이놈아! 다 하느님 뜻이다. 그러니까 뜻이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을 해 가는 것이 사람이 해야할 소명인거야. 아빠랑 엄마랑은 네가 우리의 자식이어서 언제나 만족한다. 주님의 뜻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노력은 아빠만큼은 해 보아야 그래도 서울대생 아빠를 둔 아이의 심정이 뭔지 짐작이라도 해 볼거아니냐? 엄마가 너를 위해 1년동안 어떤 과외를 했으면 좋을지 한 번 생각해 줄래? 네 꼬라지도 받아주고 너한테 신경질도 덜 내고 서로서로 잘 지낼 공로로다가 한 번 생각해 주라. 엄마 과외? 잉!

 

ㅡ이와 같이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도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마태오18,14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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