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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험한 세상,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일이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09 조회수1,618 추천수15 반대(0) 신고
  

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금요일-마태오 11장 16-19절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마치 장터에서 아이들이 편 갈라 앉아 서로 소리 지르며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았다’ 하며 노는 것과 같구나.”



<이 험한 세상,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일이란>


사제로 살다보니 가끔 신자 대중들 앞에 설 때가 생깁니다. 요즘같이 갱년기 증세로 고생할 때는 죽기보다 싫은 것이 남 앞에 서는 것이지요. 한 마디라도 할라치면 그럴듯한 말, 듣기 좋은 말을 해야 되는데, 구체적인 삶은 제가 선포하는 말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데...거기서 오는 괴리감이나 우울증은 참으로 큰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괴로운 일은 나름대로 많은 준비와 예행연습을 거친 끝에 사람들 앞에 서지만, 다양한 첨단 매체가 판을 치는 이 시대, 말로써 분위기를 잡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연수나 피정, 교육이면 어쩔 수 없이 끼워 넣어야 하는 것이 또 강의입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억지로 온 분들, 의무감에서 온 분들, 확인도장 받기 위해서 온 분들 앞에서 뭔가 ‘한마디’ 한다는 것은 이만저만 고역이 아닙니다.


우리가 민방위 교육가서 늘 느끼는 바이지만 소 닭 보듯이 무심히 쳐다보고 있는 청중 들 앞에 선 강사는 정말 불쌍할 뿐입니다.


너무 썰렁한 분위기를 한번 반전시켜보기 위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조크를 한번 던져보지만 오히려 더 썰렁해질 때, 그 괴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날 것이고,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횡설수설, 갈팡질팡하게 되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세대 사람들의 냉담함 앞에 크게 탄식하십니다. 갖은 쇼를 다해도 전혀 무감각한 이 세대 사람들, 제발 좀 알아들으라고, 제발 좀 깨달으라고 난리를 쳐도 전혀 반응이 없는 이 세대 사람들의 무감각함 앞에 혀를 내두르십니다.


공동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바지만 삶의 기쁨, 인생의 보람은 그리 대단한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그저 내가 하는 말에 그 누군가가 맞장구쳐주는 것, 그것만큼 기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내 괴로운 심정을 알아주는 것, 내 하소연에 진지하게 귀기울여주는 것 그것처럼 큰 선물은 다시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요. 자기 앞만 바라보고 직진만 합니다. 조금도 여유가 없습니다. 표정들은 어찌 그리 냉랭한지요. 어찌 그리 쌀쌀맞은지요. 왜 그리도 딱딱거리는지요? 어찌 그리 무관심하고 냉정한지요? 얼굴 한번 크게 펴고 웃어주면 어디 덧나나요?


이 시대, 이 어려운 세상, 이 험한 나날, 그나마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일은 그리 큰 일이 아닌 듯싶습니다. 이웃의 쓸쓸함 앞에 함께 쓸쓸한 표정 지으며 그가 지닌 말 못할 사연을 한번 들어주는 일, 그 일이이야 말로 이 어두운 세상에 작은 등불 하나 밝히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도 괴롭지만 이웃의 고민 앞에 함께 아파하는 일, 나도 슬프지만 이웃의 슬픔 앞에 함께 슬퍼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소금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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