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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처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11 조회수1,230 추천수8 반대(0) 신고
 

    12월 12일 대림 제3주일-마태오 11장 2-11절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바람처럼>


    세례자 요한의 출현과 함께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는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세례를 받았으며, 또한 적극적인 추종자가 되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당대 다른 정치지도자와는 달리 거칠지만 신선하고 탁월한 언변, 논리 정연한 가르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청빈한 생활로 민중들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즉시 세례자 요한 주변에는 그를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유능한 제자 그룹이 형성되었고, 그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는 수많은 민중의 수효는 언제라도 정치 세력화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영주 헤로데 마저 세례자 요한 앞에서는 큰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세례자 요한의 인생은 그야말로 황금기였습니다. 인생의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정치세력들과의 긴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존의 정치세력들과는 판이한 가치관, 종교관을 지니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사사건건 그들과 부딪치게 됩니다.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됩니다. 몸조심을 했어야 했는데, 거침없는 그의 성격상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세례자 요한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에 이은 예수님의 출현으로 당대 사람들을 또 다른 혼동과 갈등으로 몰아넣습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줄을 서야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우왕좌왕,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이토록 혼란한 순간, 세례자 요한이나 예수님이나 대처방안이 너무도 깔끔합니다. 질질 끌지 않습니다. 적당히 얼버무리지도 않습니다. 정확하고 간결하게 선을 긋습니다.

    예수님은 정확하게 선포하십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세례자 요한은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훌륭한 인물이 틀림없다. 그러나 하늘나라서 가장 작은이라도 그 사람보다는 크다.”

    떠날 순간이 왔음을 알게 된 세례자 요한 역시 망설이는 법이 없습니다. 확실하게도 뒤로 물러섭니다. 완전히 자신의 모습을 감춥니다. 주님께서 활짝 꽃피어나도록 철저하게도 자신을 죽입니다.

    그저 자신 역시 평생 기다려왔던 분이 그분이 맞는지 너무도 궁금했던 탓에 옥중에서조차 예수님께 제자를 보내어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하고 물어봅니다. 이 말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일이 헛된 일은 아니었겠지요?” 하고 예수님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었기에 나온 말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구약시대와 신약시대를 연결하는 사다리로서의 마지막 역할을 다한 세례자 요한은 스스로를 완전히 허물어트리고 아쉽지만 떠나갑니다. 율법의 시대와 사랑의 시대를 조화롭게 연결할 의무를 다한 세례자 요한은 아쉽지만 완전히 물러납니다.  

    예언자의 길은 늘 고독합니다. 쓸쓸합니다. 허전합니다. 외롭습니다. 뭔가 미련이 남고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안타까움을 뒤에 오시는 메시아를 위한 밑거름으로 생각하고 소리 없이 떠나갑니다.

    떠나야 할 순간임을 자각한 순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람처럼 떠나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마치 활활 타오르다가 이제 막 사그라져가는 석양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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