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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서 오시는 때(12/12)
작성자이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11 조회수908 추천수7 반대(0) 신고
 

대림 3 주일 (가해)

            이사야 35,1-6ㄱ.10   야고보 5,7-10         마태오 11,2-11

    2004. 12. 12.  홍제4동

주제 : 하느님께서 오시는 때

찬미 예수님!!

세상의 삶이 힘겹다고 말하는 것은 요즘 사람들이 웬만하면 다 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경제 상황이 꽁꽁 얼어붙었으니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일이 적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사정인데 본당이 신설된 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공사를 시작한 우리 본당에도 그 어려움은 정말로 우리 피부에 와 닿는 일이 되었습니다.  현실 상황을 감안하여 수십억이 들어가는 시멘트 골조건물 대신, 전체비용에서 돈이 덜 들고 공사일정도 줄일 수 있는 조립식 철골조 건물로 현재 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말입니다.


신앙에서는 하느님께서 탄생하기를 기다리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으므로 올바른 자세로 우리의 마음자세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하도 어렵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마음자세를 드러내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현실도 만만치 않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일에도 걸림돌이 많은 세상에서 우리가 정말로 드러내야 할 삶의 자세는 어떤 것이겠습니까?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설교입니다.  우리가 지금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를 지내면서도 이미 성장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순리에 어긋나는 듯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시간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올바른 알아들어야 할 것을 기억한다면 그 안에서 건져낼 것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광야가 없습니다.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음에 나오는 광야라는 말도 올바른 의미에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요한을 칭찬합니다.  그 사람이야 말로 진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하느님께서 오실 길을 앞서 준비하던 위대한 사람이라고 선언하십니다.  그렇게 준비하는 사람이 위대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예수님은 한 가지를 더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이 오실 길을 준비하는 사람보다도 그 하느님을 모셔 들인 사람이 더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2004년 오늘 우리 앞에 인간으로 태어나시는 예수님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꾸미는 구유는 상징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이미 과거 어느 순간에 이미 사람들에게 오셨고 다시 오실 때에는 세상 만물을 심판하러 오시겠다고 선언하신 것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성탄시기를 올바로 준비하는 것은 그래서 힘든 일이 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세상에서,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하느님과 그분의 뜻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은 일종의 도박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도박은 요즘 사람들이 즐겨하는 ‘돈 놓고 돈 먹기’의 도박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노래하는 것은 기적입니다.  광야라는 곳 자체가 생명이 온전한 모습으로 자랄 수 있는 장소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광야와 황무지에서 세상 만물이 화려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노래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이사야 예언자의 선언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2년 전에 등산배낭하나 메고 미국을 한 바퀴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여행가운데 지금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뉴욕에서 본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건물자리도 아니고 상상을 초월하던 크기와 소리가 엄청났던 ‘니아가라 폭포’도 아닙니다.  지금도 가장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특별할 것 없는 황무지 ‘그랜드 캐년’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의 선언처럼, 광야와 황무지가 화려하게 변하고 절름발이와 벙어리가 노래하는 때가 되면, 진정 우리의 삶에 기쁨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다른 사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만드는 것이고, 그 기쁨을 내가 즐기려고 우리는 해마다 성탄절 시기에 그 마음 자세를 새롭게 갖는 것입니다. 


성탄절을 기쁘게 만드는 것은 ‘루돌프 사슴 코 노래’도 아니고 ‘빨간 망토에 흰 수염을 길게 붙인 산타클로스’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전하신 뜻을 우리가 알아듣고 올바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고자 할 때 그 기쁨은 우리 안에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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