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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선생님이십니까?(대림 제 3주간 수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14 조회수1,113 추천수6 반대(0) 신고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대림 제 3주간 수요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모처럼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얼마 전에 인천교구에서 사제수품받은 새신부들이 저녁에 저희 병원에 와서 인사겸 수녀원 미사를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병원부근의 본당 판공성사를 도와주느라고 늘 밤잠이 좀 부족했는데 새신부님들 덕분에 그동안의 피로가 확 풀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교구에서도 새신부님들이 많이 오셔서 수녀원 미사뿐만 아니라 병원미사까지 해주셨으면 하는 염치없는 기대도 해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새차축성보다는 중고차축성의뢰가 들어오는 중고신부로서 새신부에게 밀려나는 비애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오늘 복음(루가 7, 18- 23)에서 요한은 자기 제자 두 사람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시기로 되어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하고 묻게 합니다. 저는 지난 주일의 강론 "비우고 기어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례자 요한이 정말 나자렛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을 앞으로는 예수님의 제자로 만들기 위해, 그분의 가르침을 배우러 가라는 차원에서 그들을 예수님께 보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중고차의 시대는 물러가고 새차(?)의 시대가 도래한 것을 알고 요한은 저와 같은 비애감이 아니라 기쁨에서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냈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지난번 수품식에서 새사제들에게 은총의 파랑나비(손목에 파란 캐스트를 한)로서 날아다니며 안수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새신부에게 겸손되이 무릎을 꿇고 축복의 안수를 청했습니다. 참고로 새신부들의 장도를 축하드리며 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 가브리엘통신

 

                    <대자의 첫미사를 바라보면서...>

 

  지난 주일 저의 대자 김경훈 프란체스코신부의 첫미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날 대구 중앙로에서 지하철참사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과 추모행사가 있다고 해서 저는 혹시나 교통이 통제될까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대안성당에 도착했었습니다. 첫미사는 11시 미사인데 무려 2시간 전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30년만에 찾은 대안성당은 좀 낮설었었지만 마치 시네마천국처럼 이내 옛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성당마당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구슬치기등을 하며 놀았던 기억, 어느 골초 아저씨가 담배연기로 도너츠를 만드는 것이 하도 신기하여 그 해로운 담배연기를 먹어(?)가며 도너츠를 자꾸 만들어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 미사복사를 하다가 빈혈로 어지러워 제의방에 가서 누워있던 기억,  새벽미사에 졸면서 복사를 하다가 주수병을 제대에 떨어뜨렸던 기억, 미사중에 성당옆에 있는 천리교의 종소리에 맞추어 종을 치다가 신부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등...
  성당마당에 들어서다가 저는 바로 저의 대자 신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신부는 새사제이지만, 군복무,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에 들어가서 그런지 제법 노숙한 티마저 나, 처음보는 사람은 김신부를 주임신부로 착각할 수 있다는 생각 마저 들었습니다.^^* 미사후에 사목회장님이 김신부를 보고 주교감이라고 칭찬을 한 것도, 첫미사를 축하하러 신학원 원장신부님을 비롯하여 본당 역대신부님들, 그리고 수십명의 후배신학생들이 온 것도 김신부가 신학교생활, 본당생활을 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습니다.
  아직 사제관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김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1주일간의 출장으로 저의 구겨진 제의를 다림질할 세탁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주일날이라 대안동은 물론 교동시장의 모든 세탁소를 1시간이나 찾아헤매었건만 모두 문을 굳게 닫아걸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다시 성당으로 돌아와 구겨진 제의를 제의방에서 손으로 비벼 펴고 있는데, 본당 수녀님께서 빙긋시 웃으시면서 저의 제의를 다려주시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대구 샬뜨르 바오로회 소속 수녀님이셨습니다. 아마 대자의 첫미사에 참례함으로써  새 바오로인이 되고자 했던 저의 염원을 사도 바오로께서 들어주셨나봅니다.^^*


  대자인 김신부는 새사제답지 않게 노숙한 모습으로 첫미사를 잘 집전했습니다. 저는 영성체후 묵상때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첫미사 때에 신자들에게 성체를 나누어주면서 제가 울먹였던 기억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저의 어머니께서 건강이 악화되어 저의 첫미사에 참석하실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사후 본당신부님께서 친철하게도 저를 본당 신자들에게 새신부의 유아영세 대부라고 소개해주셨고, 미사후 축하식에서 저는 축하노래 막간을 이용하여 저도 저의 첫미사때 저의 대부인 김부기신부님으로부터 들었던 축사(신자들로부터 돈봉투보다는 기도봉투를 받으라는...)를 저의 대자에게도 그대로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성당마당에서 본당 신자들과 함께 새신부의 안수를 받았는데 저는 엉겁결에 출장배낭을 메고 성당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안수를 받았습니다. 새신부의 부드러운 손길을 통해 저는 주님의 이러한 음성을 들을 수가 있었답니다.


  "이 신부,  너의 구겨진 제의를 내가 공짜로 펴주었으니, 너도 나를 위해 사도 바오로처럼 열심히 뛰어다오! 그리고 앞으로는 돈주머니(후원회가 소임이라...^^*)대신 복음을 들고 열심히 다니거라... "라는... ^^*  


  금년에 저의 대자와 함께 사제수품을 받은 새사제들에게 사제성화의 날인 지난 예수성심대축일에 어느 수호천사가 제게 보내준 "사제는..."이라는 시를 모셔드립니다.


사제는(Un prete...)  

 

Contemporaneamente piccolo e grande,
작으면서도 동시에 큰 사람,

 

Nobile di spirito, come di sangue reale
그 정신은 왕가의 혈통을 이은듯 고귀하고

 

Semplice di naturalita’, come alberino del paesino,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은 시골의 작은 나무같은 사람.

 

Un eroe nella conquista di se’
자신을 정복하는데는 영웅이요,

 

Un uomo che si e’ battuto con Dio
하느님으로 무장한 사람.

 

Una sorgente di santificazione,
성화의 샘,

 

Un peccatore che Dio ha perdonato,
하느님께 용서받은 죄인,

 

Dei suoi desideri il sovrano,
높은 곳에 갈망을 매어달며,

 

Un servitore per i timidi e i deboli,
겁먹은 이와 병약한 이의 종,

 

Che non s’abbassa davanti ai potenti,
절대로 권력가들에게 숙이지 않으나,

 

Ma si curva davanti ai poveri,
가난한 이들에게는 허리를 구부리는,

 

Discepolo del suo Signore
주님의 제자.

 

Capo del suo gregge
양떼들의 우두머리인 탓에

 

Un mendicante dalle mani largamente aperte,
크게 손 벌려 구걸하는 이,

 

Un portatore d’innumerevoli doni,
그로써 무한한 선물의 전달자,

 

Un uomo sul campo di battaglia,
전쟁터에 서있는 자,

 

Una madre per confortare i malati,
병든 이를 돌볼 때는 어머니,

 

Con la saggezza dell’eta’
지혜로 무르익었으나

 

E la fiducia d’un bambino,
아이의 신뢰심을 가진 이,

 

Teso verso l’alto,
높은 곳을 향하되,

 

I piedi sulla terra,
두 발은 땅위에 두는 자,

 

Fatto per la gioia’
기쁨을 행하는 자,

 

Esperto del soffrire,
고통으로 숙련된 자,

 

Lontano da ogni invidia,
모든 시기심에서 멀리 있으며,

 

Lugimirante,
예지를 가진 자,

 

Che parla con franchezza,
늘 솔직하게 말하며,

 

Un amico della pace,
평화의 동무,

 

Un nemico dell’inerzia,
타성과는 원수,

 

Fedele per sempre...
언제나 신실하며...

 

Cosi diffirente da me!
이렇게 나와는 다른 자!


-16세기 어느 시골 신부의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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