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님의 연인(戀人)!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15 조회수1,230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 때 마리아가 매우 값진 순 나르드 향유 한 근을 가지고

와서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찼다.
<요한 복음 12,3>

 

 

     요즘은 계절탓.나이탓.연말증후군.

멋내기 염색약 때문인지 자꾸 머리카락이 빠지네요.
커얼이 들어간 굽슬 굽슬한 저의 긴 머리카락이
붉은 빛.노란 빛을 띈 채 늦가을의 고엽마냥
방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머리 카락 한올도 주님의 허락 없이는 빠지지 않는다는데...
아~ 이 머리 한올도 주님이 허락하셔서
내 모공에서 이리 빠져나갔으니
안뇽~! 사랑하는 머리카락~ 바이 바이!라고 하기엔
이젠 그 머리카락 한 올도 참 소중하게 여겨지네요.^^

 

 

저는 가끔씩 제 긴 머리를 샴푸하거나 빗을 때
꼭 돌아가신 제 친할머니 생각이 나요.
제 어머니께서 직장을 가지신 탓에
할머니께서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돌아가실 때까지 집안 살림을 거의 도맡아 하셨고
저희 3남매를 키워주셨죠.
때문에 저는 아직도 할머니 정을 그리워하고
할머니들을 좋아한답니다.^^ 기냥 성당에서도
할머니들을 뵈면 마냥 안기고 싶어져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꼭 한번 짧은 머리외엔
계속 할머니께선

정성스레 저와 제 언니 머리를 길러주셨어요.
역시 할머니도 긴 낭자 머리를 하셨구요.
혹시 참빗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추억의 참빗!
학교 가기 전 할머니께선 참 오래되고도 낡은 참빗에
물을 살짝 적시셔서 저와 제 언니 머리를 아주 곱게 빚어
머리테를 해서 풀어주시거나 앙증맞게 땋아 주시거나
토끼처럼 묶어주셨어요.

 

저희들이 아직 머리를 간수하기엔 어린 나이였지만
할머니는 저와 제 언니 머리를 곱게 간수해 주시고
정성스레 길러주셨답니다.
학교 갈 땐 물론이고 시간나실 때 마다
그 유물같은 낡은 참빗으로 자주 자주 머리를 빗겨 주셔서
늘 제 머리는 단정하고 윤이 흘러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그 긴 머리에 사고가 났던 적이 꼭 한 번
제가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일어났답니다.^^
할머니께서 무슨 일로 장기 출타를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미장원에 가시면서 저를 데리고 가셔서
날씨가 덥다고 제 머리를 할머니의 동의없이(?) 

"숏 커트"를 해버리신 일이었답니다.
미용사에게 그 찬란하고도 귀한 할머니의 머리(?)를
"싹둑~싹둑~" 시원스레 잘라버리게 하셨답니다.
처음으로 짧은 커트 머리를 한 제 얼굴이
조금은 신기하고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전 그리 싫지만은 않았어요.

 그 며칠 후 드디어 할머니께서 돌아오시고

제 얼굴을 보시자 마자 안색이 변하시던 할머닌

그 일로 엄마와 한 두어달 정도 냉전(?)기간까지

가지셨답니다. 더욱 슬펐던 건 할머니께서

제 머리를 외면하시는 거였어요.
제 짧은 머리를 보실 때마다 안색이 변하시면서 예전처럼

품에 안으시고 참빗으로 곱게 빗어주시지 않으시더군요.

한동안 저는 그 숏커트한 머리로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퍽도 미묘한 방황(?)을 하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머리가 자라기 시작하자 다시 할머니께서
제 머리를 빗겨주시면서 하루빨리 머리가 길어야 된다고

다시 참빗으로 머리를 빗겨주시기 시작했답니다.^^
저는 그 일로 할머니 사랑을 잃어버렸다
다시 할머니 사랑을 되찿았다고까지 생각했었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좀 이른 연세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중학생이 되어 단발머리를 하면서
머리 손질이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헝클어져 학교 가기 전
거울 앞에서 한참씩 머리를 빗으면서 할머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답니다.
그러다 점점 사춘기에 접어들던 어느 가을 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다 할머니의 낡은 참빗과
제 머리를 곱게 빗어주시던

할머니 손길을 추억하며
바보처럼 엉~엉~ 운 적이 있었답니다.^^

 

 

복음으로 돌아가 예수님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털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던 사연많았던 마리아는
얼마나 복된 여인인지요!
주님께 자신의 어두웠던 삶과 죄를 치유받았던 마리아가
할 수 있었던 최상의 애정 표현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저는 요한 복음 12장 <예수께 향유를 부은 마리아>
이 귀절을 묵상할 때 마다 참 아름답고도 순결한
한 여인의 마음을 보게 된답니다.
윤기나고 탐스런 그 긴 머리카락으로
주님의 발을 닦아드린 마리아!
영혼의 순결한 첫 마음을 드린 마리아!

 

 

아, 저도 가끔씩 제 긴 머리를 빗으며 마리아처럼 
제 머리로 주님의 발을 닦아드리고픈
황홀한 상상에 빠진답니다.
사실 주님의 발을 닦아드리기엔

턱도 없이 짧은 머리지만 가발이라도 붙이고

주님 발치에서 그 발을 닦아드리고 싶어요.

 

또, 온 집안에 가득 찬 향유 냄새는
마리아의 주님께 대한 사랑의 향기가 아니었을까요?
그 사랑의 향기는 주님의 마음을 적셨고
그 집안에 있던 모든이들에게도 바이러스처럼
사랑을 감염시켰을 거예요.
행복한 남자! 예수님.
그리고 사랑의 향기를 주님께 드렸던 마리아!
마리아 처럼 사랑의 향기를 뿌리는
예수님의 연인(戀人)이 되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예수님의 연인(戀人)이 된다는 건
진정한 자유, 영혼의 끝없는 비상이 아닐까요?
마리아처럼요!

 

 

행복하세요. 소피아 드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