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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족보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17 조회수985 추천수3 반대(0) 신고

성서 필사 중..

복음: 마태 1,1-17

'이제부터 신약성서라도 한번 끝까지 읽어보아야겠다.'
'오늘부터 신약성서라도 한번 제대로 필사를 해보아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 
맨처음 나타나는 장벽(?)이 바로 이 예수님의 족보다. ^^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 계속 이어져 나오고 아리까리한 이스라엘 선조들의 이름과 
지금의 내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문득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성서와 가까이 한지가 십여년이 넘었으면서도 나 또한 정작 필사 한번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요한복음, 로마서, 고린도 전서, 루가복음.. 이렇게 단편으로는 몇권 필사를 끝맺었거나
끄적거리다 말았어도 마태오복음부터 정식으로 맘 먹고 써내려간 적은 없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 자기도 못하는 일을 예비자들에게 권고하는 일은 참으로 낯뜨거운 일이었다.
우리 본당의 방침이니 하는 수 없이 전하면서도 '예비자들이 어떻게 필사를 하랴?' 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지지난 주에 걷은 필사노트를 보고 참으로 놀라웠다.
네분의 예비자가 네 복음서를 다 완필해왔고, 한분은 반 이상 써서 내었다.
그분들의 정성에 놀라 한권씩을 펼쳐보았다.

그 중 한권의 필사노트를 펼쳐보니, 글씨가 삐뚤빼뚤 어린애가 쓴 것 같았다.
'아, 글을 이제 막 배우셨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우리 교구에선 해마다 필사 전시회를 여는데 참가한 분들 중에는 필사를 하다가 
한글을 깨친 분도 여러분 계시고 필사 도중에 기적을 체험한 분도 여러분 계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뒷장을 넘기는데 너무나 빨리 글씨가 바로 잡혀지고 정연해지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였다.
그래서 그 노트를 선교분과의 봉사자분께 보여드리며 감탄을 했더니
그분 말씀에 또 한번 나는 충격을 먹었다.

그 노트는 중풍에 오른쪽이 마비된 자매님이 왼 손으로 쓴 것이란다.
그렇지않아도 내가 맡은 예비자들을 위해 기도드릴 적마다 
불편한 몸으로 열심히 나오시는 그분이 대표적으로 생각났고
마음 속에서 늘 간절하게 기도가 우러나왔었다.

이번 주일에 영세를 받으시는 그분은 6개월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을 타게 된다.
그런데 네 복음서까지 완필하셨다는 소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를 하고 성서를 쓰셨다는 그분의 노트 맨 마지막 장들은 왼손인지
오른 손인지 구별을 못할만큼 가지런하고 예쁘게 하느님의 말씀이 필사되어 있었다. 

나의 감동은 물론 글씨의 생김새 때문이 아니다.
6개월 전보다 훨씬 더 밝고, 훨씬 더 몸놀림이 가벼우신 그 모습만큼이나
그 글씨 안에서 느껴지는 주님의 현존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분 뿐 아니라 어떤 분은 어느 구절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구절은 이런 말인것 같다며 필사하는 동안 궁금하게 여겼던 질문과 
자신의 의견을 꼼꼼이 적어주셨다.

이분들이 모두 세례를 받고 성령의 은총을 받아, 자신들이 필사했던 그 내용들이 
주님의 사랑임을 가슴으로 읽어낼 수 있는 영안이 열리기를 기도한다.

에파타!
주님의 사랑을 그들에게 열어보여주소서.
그 사랑을 그들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입을 열어주소서.

...........................................................

이분들 외에도 주님의 은총으로 예비자 40명이 울 본당에서 세례를 받습니다.
난생 처음 예비자 교리를 맡았고, 그 첫 결실로 35명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5명은 너무 순수하고 예쁜 중고등부 학생들입니다.

예비자들에게 입교권면하신 분들과 선교분과위원회 봉사자님들의 노고 덕에
저는 곁다리로 옛날 레지오 단원 때, 
단 한명도 입교시키지 못한 컴플렉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한 기분입니다 ^^
이분들의 영세에 저도 일조한 셈이니까요 ㅎㅎ
그래서 더욱 기쁩니다. 

이 40명의 자녀들이 오늘 마태오의 복음 후속편인
생명의 족보에 내일 오를 것입니다.

이 분들을 위해, 그리고 각 본당에서 이번에 새로 영세를 받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요.
그리스도의 족보를 이어나갈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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