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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내 안에 주님을 모실 구유를 만든다.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19 조회수1,108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4년12월19일(일) - 대림 제4주일 (가해)


[오늘의 복음]  마태 1,18-24

<다윗의 후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예수 탄생하시다.>


  18)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경위는 이러하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20)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주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22) 이 모든 일로써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23)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의 천사가 일러 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복음산책]  내 안에 주님을 모실 구유를 만든다.


  제대 주위에 꾸며진 대림환에 네 개의 촛불이 모두 빛을 밝혔다. 이는 구원자 메시아의 거룩한 탄생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성탄을 기다리며 기뻐하는 마음은 나이 어린 꼬마들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내용과 양상은 다를지라도 그 근본은 같을 것이다. 거리를 나서면 벌써부터 성탄 분위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교회에 뿐 아니라 호텔, 상가, 식당들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오색 반짝이는 전등으로 꾸며져 즐비하게 놓이고 또 걸려있음을 본다. 많은 사람들은 성탄 카드와 선물을 벌써부터 주고받으면서 성탄을 축하하고, 소망이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어떻게 보면 성탄의 진정의 의미를 모르는 비신자들이 오히려 들뜬 분위기 속에서 성탄을 기다리고 또 지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비신자들처럼 성탄의 참된 의미를 모르고, 성탄 카드와 선물 주고받는 데만 정신이 없는 것이 아닌가? 선물을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을 없을 것이지만,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 성탄은 예수님의 생일인데 왜 우리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인가 말이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으로서 12월 18일의 평일복음과 같다. 복음의 첫머리에서 예수의 족보를 소개한 마태오가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마태오가 저술한 복음서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가? 전자(前者)는 인간의 이름이요, 후자(後者)는 하느님의 이름이다. 즉, 예수는 인간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이기 위해서는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자손’이어야 하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어야 한다. 마태오는 다윗의 후손인 요셉을 예수의 합법적인 아버지로 서술함으로써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 되게 하였다. 마태오는 예수의 공생활 중에 ‘다윗의 자손’이라는 칭호를 예수께 8번이나 더 부여한다.(마태 9,27; 12,23; 15,22; 21,9.15 등) 그러나 ‘다윗의 자손’이라는 칭호만으로 예수님의 정체성을 다 밝혔다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임을 밝히는 일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 일은 하느님께서 스스로 추진하신다. 그것이 바로 ‘동정녀의 잉태’(이사 7,14), 즉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이다.(18절)


  루가복음은 예수의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를 하느님의 계획과 이 계획에 대한 동정녀 마리아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짐을 시사하고 있다.(루가 1,26-38) 또한 루가는 마리아의 합법적인 남편 요셉을 두세 번 언급할 뿐 전적으로 배경에 머물게 한다.(1,27; 3,23) 그러나 마태오는 요셉과 약혼한 동정녀 마리아의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에 관한 사실은 간단하게만 밝히고, 오히려 요셉을 부각시킨다. 마리아의 잉태가 자신과 무관한 사실을 알았을 때 요셉의 심정을 어찌 우리가 헤아릴 수 있으랴. 복음은 요셉이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으나, 마리아를 법대로(신명 22,20-21) 다루지 않고 자비로이 선처(善處)하려 하였음을 시사한다. 이 때 하느님이 직접 개입하여 다윗의 후손인 요셉에게 사건의 정황을 설득시키고, 요셉은 이에 순명하여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천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요셉 사이에 일종의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요셉은 마리아가 낳은 아들에게 천사의 명대로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예수’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21절, 25절)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는 요셉의 합법적인 아들로서 다윗이 자손이 되었고, 동정녀를 통한 성령의 잉태로 하느님의 아들이 된 셈이다.


  오늘 복음에서 인간의 아들이요, 하느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이름이 있다. 바로 ‘임마누엘’이다.(23절)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임마누엘’이라고 불린 적은 없다. ‘임마누엘’은 실상의 이름이라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를 밝히는 의미상의 이름이다. ‘임마누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과 하느님의 참다운 만남이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예수께서 저 바깥 마구간 구유에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하느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안에 구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은 맨 먼저 요셉의 과제이기도 했다. 요셉은 아내 마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 안에 구유를 만들어 예수를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과의 거래에 충실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수님의 성탄을 맞아 좋은 기원을 담은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 이유가 드러났다. 요셉처럼 내 안에 임마누엘 주님을 모실 구유를 마련했으니, 너에게도 그런 구유가 마련되기를 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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