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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리아의 지위(?)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20 조회수917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4주간 월요일(12/20)






    독서: 이사 7,10-14 복음: 루가 1,26-38 오늘 복음은 예수의 출생 예고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라는 처녀를 찾아가 장차 구세주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전갈을 들려주는 대목이다. 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의 예언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예언자 나단이 다윗에게 전해주었던 하느님의 약속(2사무 7장) 즉 <다윗의 후손>에게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왕조와 왕위를 주겠다는 예언. 또 하나는 오늘 독서인 이사야 7,10-14의 예언이다. 이사야 예언자가 유다의 아하즈 왕에게 내린 하느님의 약속즉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는 예언.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노래 가사를 우리의 어린이들조차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위의 예언들은 이스라엘 민족이라면 잠꼬대를 할 만큼 친숙한 구절이다. 자신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메시아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마리아의 응답에서 더 심오한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천사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에 살고있는 마리아를 찾아간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 볼 것은 마리아에게 붙은 두 개의 수식어이다.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 < > 안의 수식어 두 개는 위의 두 개의 예언과 직결된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천사의 인사에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갑자기 들어와 인사를 건네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으나 <인사말을> 곰곰이 생각하였다는 것은 복음사가가 독자들에게도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유도이며, 따라서 그 말은 평범한 말이 아니라는 암시이다. 그렇다면 우선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그 인사말은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한다. 천사의 다음 말은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인데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는 것과 그 아기가 어떤 아기가 될 것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즉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라고 한다. 천사는 태어날 아기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고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될 것이라 한다. 또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말씀은 다윗에게 내린 나단의 예언(2사무 7장), 이스라엘 어린이까지도 읖조리고 있었던 그 예언을 그대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온 이스라엘이 기다리던 메시아가 바로 마리아의 몸에서 잉태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말은 처녀가 어떻게 아이를 갖겠냐는 인간적 차원의 단순한 질문이라기보다 복음사가의 의도에 의해 보다 깊은 차원으로 독자들을 유도하고 있다. 마리아의 이 질문에 의해 천사의 다음 설명은 유도되고, 처녀에게서 임마누엘이 탄생된다는 이사야의 예언을 독자들의 기억에서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령이 내려와서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라는 설명은 광야에서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감싸 주시고(출애 13,21-과 같은 단어), 성전을 가득 감싸고 있었던(열왕 8,10과도 같은 표현) 하느님의 현존을 상기하게 한다. 이제 마리아는 강력한 하느님의 현존이 감싸주고 보호하는 분이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한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거룩한 아기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하느님의 위대한 능력은 친척 엘리사벳에게 요한을 주신 것으로도 이미 증명은 되었지만 마리아에게 일어난 신비한 일은 전례가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다. 천사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있던 마리아의 입에서 드디어 나온 주옥같은 답변.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종' 마리아가 그때까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천사의 인사말에 대한 절묘한 응답이다.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는 말은 구약의 위대한 종들, 모세(출애 3,11-12)와 예레미아(예레1,8...)를 부르실 때, 하느님께서 쓰신 말씀이다. 즉 천사의 인사말은 마리아를 그들과 같은 하느님의 위대한 종들의 하나로서 부르시는 특별한 말인 것이다. 또한 "기뻐하여라,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는 말도 구약의 예언서(스바니야 3,14-15; 즈가리야 2,14. 9,9; 이사야 12,6.62,1-5)와 깊은 연관이 있는, 즉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직접 오실 것을 약속하면서 기쁨으로 초대하실때 쓰신 말씀이었다. 그러니 마리아에게 한 천사의 인사말은 바로 그 기쁨의 때가 지금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선포인 것이다. 그러니 '어디선가 들었던 말씀들인데....' 라며 마리아는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겠는가? 천사의 구구절절 이어지는 구세주 메시아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무리 시골 구석에 살던 이름 없고 배운 것 없는 여자라 하더라도 조상대대로 기다리던 그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렴풋이라도 모를 리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하는 마리아의 답변은 우리의 습관적인 기도문처럼 별 생각이 없는 대답이 아닌 것이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에서는 비장하고 단호한 결의까지 엿보인다. 아니, 마리아가 정말로 그랬는지 어쩐지 모른다 할지라도 루가복음사가는 마리아가 이미 범상한 여인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루가복음 사가는 우리에게 마리아를 하느님께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에게 부여된 <가장 영예로운 칭호이며 가장 겸손한 칭호인 종>으로 소개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위대한 종들의 반열에 오르셨음과 그 모든 종들을 대변하는 분으로 볼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ps. 오늘 복음의 핵심은 예수의 출생예고 안에 들어있는 예수의 정체성이지만 부차적으로 마리아가 교회 공동체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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