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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게 찾아온 늙고 병든 주님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21 조회수1,274 추천수15 반대(0) 신고
 

12월 22일 대림 제4주간 수요일-루가 1장 46-56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



<내게 찾아온 늙고 병든 주님>


비록 하루하루의 삶이 고난의 연속이지만 마리아처럼 맑고 투명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는 수시로 체험합니다.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매일 마음이 설레는 사람들 말입니다.


한 할머니가 계십니다. 젊은 시절부터 바깥 어르신과의 결혼생활이 여간 팍팍하지 않았습니다. 팍팍한 정도를 넘어 할머니의 결혼생활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신혼 초부터 바깥으로만 돌던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년에 몇 번씩 얼굴을 비치더니, 급기야 소식조차 알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아무리 수소문해 봐도 행방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인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자식들 교육도 혼자의 몫이었습니다. 다행히 선천적으로 생활력이 강했던 부인은 그 오랜 고난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자식들은 잘 성장했고, 경제적 기반도 어느 정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장성한 자식들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한평생 홀로 죽을 고생을 다해온 어머니께 극진한 효심을 표했습니다. 평생 고생한 끝에 이제 겨우 여유 있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사건이 생겼습니다. 세상 떴으려니 생각했던 남편이 나타난 것입니다. 거지도 그런 상거지가 없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 건장한 체격, 준수한 용모는 어디가고 늙고 병든 할아버지, 볼품없고 꾸부정한 할아버지가 한명 대문 앞에 서성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왔느냐며 문전박대했습니다. 그러나 착한 심성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계속 문밖에 떨고 서있는 할아버지를 일단 안으로 모셨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천천히 할아버지는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할머니였습니다. 일단 불쌍해서 받아들였지만 아직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해 너무 괴로웠습니다. 용서하자고 수천 번 다짐해도 일단 얼굴만 보면 혈압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습니다. 이러다 내가 죽지, 하면서 마음을 바꿔먹어도 그 때 뿐이었습니다.


너무 괴로웠던 할머니는 친구 할머니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깊이 생각에 잠겨있던 친구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렵겠지만 영감님이 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늙고 병든 예수님, 춥고 배고픈 예수님이 자네를 찾아오셨다고 생각해봐요!”


그 한 마디 말씀이 할머니의 가슴에 전광석화같이 파고들었습니다. 그 보석 같은 한 말씀에 크게 깨달음을 얻은 할머니는 그날로 할아버지=예수님 등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늙고 병들어서야 찾아온 할아버지를 예수님으로 받아들이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온 몸으로 주님을 받아들인 산골 소녀 마리아의 향기를 느낍니다.


마리아의 잉태는 구원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습니다. 마리아의 순명으로 인해, 마리아의 겸손으로 인해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고, 주님의 은총, 주님의 계획이 이 세상 안에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마리아는 전 생애를 통해 주님의 말씀을 간직하고, 주님 오심을 준비하고, 주님을 탄생시키고, 주님을 성장시킵니다. 자신의 삶 전체를 다 바쳐 주님을 증거하고 선포합니다.


오늘 우리는 온 몸으로 주님을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사람들은 주님의 자취를 발견합니까? 오늘 우리의 삶을 통해 주님의 복음이 선포되고 있는지요? 오늘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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