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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의 노래 (대림 제 4주간 금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23 조회수1,208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버지의 노래 (대림 제 4주간 금요일)


  가끔 병실의 환자들을 방문하노라면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을 떠올리는 고집센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 나오는 환자처럼 6. 25전쟁의 부상병으로 대구 27육군병원에 후송되어 오랜 기간을 병원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몇 번이나 영안실에 실려갈 정도로 대수술을 받고 또 거기서 홍모니카수녀님(홍문택신부님의 고모)의 도움으로 영세를 받고 제대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20여년 전에 아버님이 회갑을 지내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약 10여년간 집과 병원을 오가며 병상생활을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자네 부친은 어머니덕분에 10년은 더 사셨다네...” 그것은 어머니께서 그 당시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통사정을 하여, 아버님의 병원처방을 일일이 메모해둔 까닭이었지요. 그런데 수년 전, 저의 새벽꿈에 아버님을 아주 생생하게 만난 기억이 납니다. 아버님이 검은 세단을 타고 오셔서 저도 그 차를 타려고 하니, 아버님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무정히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제가 모 수녀원 미사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다른 수녀원 미사를 갈 신부님이 늦잠을 잔 탓인지 그 수녀님들이 봉고를 타고와 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미사시작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보고 “수녀님들은 나중에 오세요. 제가 빨리 가서 미사를 드려드리겠습니다”하고 쏜살같이 먼저 차를 타고 그 수녀원을 향하였니다. 그런데 사거리에서 신호가 갑자기 바뀌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순간, 옆에서 웬 택시가 저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저는 “아버지!”하고 악셀레이터를 급히 밟아 가까스로 충돌을 면하였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차를 세워놓고 잘잘못을 따지고 했을텐데, 이미 늦은 미사시간 때문에 그냥 그대로 수녀원으로 향하였습니다. 나중에 형제들에게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아버님이 꿈을 통해 저에게 차조심하라고 경고하신 거라는 해몽을 해주었습니다. 아무튼, 그날 저의 수호천사가 되어주신 아버님, 감사합니다.


  오늘 복음(루가 1, 67-79)에서 요한의 아버지 즈가리야는 성령을 가득히 받아 이런 예언의 노래를 합니다.


“찬미하여라,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을!...

 아가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예언자 되어,

 주님보다 앞서 와서 그의 길을 닦으며,

 죄를 용서받고 구원의 길을 주의 백성들에게 알리게 되리니,

 이것은 우리 하느님의 지극한 자비의 덕분이라...“


  천사 가브리엘의 알림에 의심을 품고 한동안 벙어리가 되었던 즈가리야는 아내 엘리사벳이 아기의 이름을 가문에도 없는 이름인 요한이라고 하자는데 기꺼이 동의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수용하게 되었고 또 이렇게 아기 요한에게 축복의 예언자적인 노래를 하게 됩니다. 아마 저의 부친도 이런 예언의 노래를 부르셨던 것 같습니다.


“주님, 상이군인인 저에게 참한 배우자를 보내주시면 장남을 하느님께 바치겠습니다...”

“주교님, 지금 축성해주시는 이 공장이 잘되면 성당 하나 지어바치겠습니다....”


  제가 진작 저의 아버지의 이러한 노래를 알고 깨달았더라면 사춘기때 아버지를 미워해 몇 번의 가출을 하지 않았을텐데,,,하는 통회가 됩니다. 아무튼 아버님이 상당기간 냉담하신 관계로 성당을 지어바치겠다는 약속을 주교님께 지키지 못했지만 아버님, 제가 작은 성당이 아니겠습니까? 아버님, 사랑합니다! 주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아멘! 가브리엘통신




네 마음을 다하여 아비를 공경하고


너를 낳으실 때 겪은 어미의 고통을 잊지 말아라.


네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부모의 덕택임을 잊지 말아라.


그들의 은덕을 네가 어떻게 무엇으로 갚을 수 있겠느냐?


<집회서 7: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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