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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예수성탄의 메시지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26 조회수1,192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4년12월25일(토) - 예수 성탄 대축일(밤미사)

[오늘의 복음]  루가 2,1-14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나셨다.>


  1) 그 무렵 로마 황제 아우구스토가 온 천하에 호구 조사령을 내렸다. 2) 이 첫 번째 호구 조사를 하던 때 시리아에는 퀴리노라는 사람이 총독으로 있었다. 3) 그래서 사람들은 등록을 하러 저마다 본고장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4)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 동네를 떠나 유다 지방에 있는 베들레헴이라는 곳으로 갔다. 베들레헴은 다윗 왕이 난 고을이며 요셉은 다윗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5) 요셉은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러 갔는데 그 때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6) 그들이 베들레헴에 가 머물러 있는 동안 마리아는 달이 차서 7) 드디어 첫아들을 낳았다. 여관에는 그들이 머무를 방이 없었기 때문에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 8) 그 근방들에는 목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떼를 지키고 있었다. 9) 그런데 주님의 영광의 빛이 그들에게 두루 비치면서 주님의 천사가 나타났다. 목자들이 겁에 질려 떠는 것을 보고 10) 천사는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 11)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12) 너희는 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보는 표이다.” 하고 말하였다. 13) 이 때에 갑자기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그 천사와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14)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복음산책]  예수성탄의 메시지

  

  오늘 밤 우리는 한 아기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하여 함께 모였다. 이 탄생은 이미 역사 속의 사건이므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생일(生日)을 축하한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이 선사되었음을 감사하는 일이다. 오늘 밤 우리가 축하하고 감사하려는 생일은 다른 어떤 사람의 생일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창조주이시며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오심’의 날이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온 세상이 기다리던 메시아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의 탄생을 성탄(聖誕)이라고 부른다. 성탄은 오늘날 국경과 인종, 집단과 종교를 초월한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다. 그러나 축제의 이유가 모두에게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탄이 축제의 원인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성탄이 축제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성탄은 기뻐하고 감사하는 축제의 원인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구유에는 비록 한 예술가의 작품으로서의 아기 예수상이 뉘어져 있으나, 그분은 ‘임마누엘’ 하느님으로서 이미 우리 가운데 계신 분이시다. 오늘 밤에 봉독되는 복음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추적해 보자.


  첫째, 루가복음사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경위를 정확히 서술하고 있다. 루가는 사건을 기술하기에 앞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보를 먼저 준다. 예수께서 태어나실 당시 로마의 황제는 아우구스투스 옥타비아누스였고, 그는 기원전 29년부터 기원후 14년까지 통치하였다. 황제가 호구조사령을 반포하여 제국통치하의 모든 백성을 본고장으로 보내어 등록하게 한 것은 세금을 대대적으로 징수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의 총독으로서 당시 이스라엘까지 다스리던 퀴리노의 등장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퀴리노가 황제의 명령으로 호적등록을 추진한 시기는 예수께서 탄생하실 당시 유다를 다스리던 헤로데 대왕(마태 2,19; 루가 1,5))이 죽은 지 10년경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루가의 의도는 예수님의 탄생을 로마제국 전체에 의미 있는 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둘째, 마리아와 약혼하여 나자렛에 살던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을 떠나 유다 베들레헴으로 간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출생지(1사무 16,4)였고, 요셉 또한 다윗 가문의 후손이었기 때문에 베들레헴에 등록하여야 했던 것이다. 아울러 구약의 예언에 따르면 메시아도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여야 한다.(미가 5,1-2) 루가는 천사의 입을 빌어 이 점을 강조한다. 천사는 목동들에게 “오늘 너희의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다윗의 고을에 태어나셨다”(11절)고 전했다. 이로써 루가는 나중에 기술할 예수의 족보(3,23-38)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구약이 예고한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뿐임을 선포한다.


  셋째, 요셉의 일행이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머무는 동안 마리아는 “달이 차서 드디어 첫아들을 낳았다.”(7절)고 한다. 여기서 첫아들은 생물학적 의미에서 여러 명의 아들 중에 맏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모태를 열고 나온 맏아들은 모두 나에게 바쳐라.”는 모세의 율법(출애 13,1-16)에 따라 예수는 곧 하느님으로부터 왔으며, 하느님의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첫아들을 낳았다'는 말을 마리아가 나중에 예수 외에 다른 아들을 낳았다는 식으로 알아듣는다면 '첫아들'의 의미를 곡해한 것이 된다. 그렇다고 유다인들은 첫아들을 죽여서 제단에 바치지는 않았다. 그들은 하느님의 것인 첫아들을 부모가 사서 기른다는 뜻으로 생후 30일 안에 아이의 속전(贖錢)으로 5세겔( 20데나리온)을 제관에게 바쳤다.(민수 18,16)


  넷째, 천사가 목동들에게 '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것'을 다윗의 고을에 태어난 구세주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표로 제시한다.(12절) 마리아는 여관을 얻지 못하여 하는 수없이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았고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뉘였다. 포대기와 구유는 메시아이신 예수께서 비천하게 태어나셨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구세주를 알아보는 표이다. 우리가 메시아를 어떤 화려함이나 장엄함, 부유함과 자만감 속에서 찾으려 한다면 실패한다. 한낱 포대기와 구유는 가난과 겸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포대기와 구유는 하느님의 철저한 자기낮춤과 자기비움을 뜻하며, 동시에 마리아의 순명과 겸손을 뜻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천사군대의 하느님 찬양이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14절) 이 찬양은 하느님의 스스로 사람이 되려하심과 마리아의 이를 수용함으로 가능했던 성자(聖子) 메시아의 탄생이 하늘의 성부(聖父)께는 무한한 영광이 되고, 성부의 사랑을 받는 땅 위 세상의 인간들에게는 구원과 평화의 사건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하늘의 영광과 땅 위의 평화, 그 한가운데 사람이 되신 성자(聖子) 하느님이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광과 평화가 대칭을 이루는 중심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누구든 예수님이 달려 계신 십자가를 바라보면 이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수의 성탄으로 이루어진 하느님의 사람되심과 십자가를 통한 인류구원은 철저한 하느님의 자기낮춤과 자기비움으로 일관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가? 비천한 구유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과 교회는 그동안 너무 부유하게 살아왔지 않았는가?◆[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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