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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새 시험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30 조회수1,436 추천수9 반대(0) 신고
 

12월 31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요한 1장 1-18절


“우리는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았다.”



<새 시험지>


어느덧 한해의 끝자락에 와있군요. 돌아보니 진정 부끄러움만 앞섭니다. 몸과 마음이, 생각과 행동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던 부끄러운 한해였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가 얼마나 한심스럽고 미웠는지, 쥐구멍으로 도망가고 싶던 날도 많았습니다. 생명의 빛이신 주님께로 나아가기는커녕 어둠 속에 머물러있기를 은근히 즐겼습니다.


총장 신부님께서 방한하셔서 그토록 ‘영적 생활의 우선권’에 대해서 강조하셨건만 가장 기본적인 기도 의무조차 소홀히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토록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한 해의 끝에 서서 제가 내린 결론은 ‘주님 자비’에 대한 감사입니다.


올 한해도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분에 겨운 은총을 받고 또 받았습니다. 지나 온 나날들은 정녕 축복의 나날이었습니다. 그 부족함, 그 진홍빛 같이 붉은 죄들, 그 냉담함, 그 숱한 배신의 나날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끝없이 참아주셨습니다. 기다려주셨습니다. 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이토록 불충실함에도 불구하고 그분께서는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시고 이렇게 살아 숨쉬게 하셨습니다. 아직 우리가 이렇게 살아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게 하셨습니다. 진정 감사할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와 상처로 얼룩진 지난 우리의 한해를 거두어 가시고, 축복의 선물인 새로운 한해를 선물로 주십니다.


새로이 다가오는 한해, 또 다시 부족하고 부끄럽게 살아갈지라도, 다시 한번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구하면서 힘차게 일어서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주어질 새로운 한해가 모진 고난의 세월이 될지라도,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고난 속에서도 활짝 꽃피어나는 기쁨의 한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지나온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좋은 묵상이 될 글귀 하나를 옮겨놓습니다.


연말연시, 건강하시고 가정에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새 시험지  

   

수업이 끝날 무렵에 한 소년이 떨리는 입술로 내 책상으로 다가왔었다네.

“선생님, 제게 새 시험지를 주실 수 있겠어요? 이 시험지를 망쳐 버렸어요.”

나는 온통 때 묻고 얼룩진 그의 시험지를 받고,

그에게 조금도 때 묻지 않은 새 시험지를 주었지.

그리고 지친 그의 마음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며,

“자, 이번엔 더 잘해보렴!” 하고 말했다네. 

      

한 해가 끝날 무렵에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갔었다네.

“주님, 제게 새로운 한 해를 주실 수 있겠어요? 이 한 해는 망쳐 버렸어요.”

그분은 온통 때 묻고 얼룩진 나의 한 해를 받으시고,

나에게 조금도 때 묻지 않은 새로운 한 해를 주셨지.

그리고 지친 나의 마음을 향해 미소를 지으시며,

“자, 새해엔 더 잘해보렴!” 하고 말씀하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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