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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생의 풍랑 앞에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05 조회수1,621 추천수16 반대(0) 신고
 

1월 5일 주님 공현 후 수요일-마르코 6장 45-52절


“나다. 겁내지 말고 안심하여라.”



<인생의 풍랑 앞에서>


군사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에 차마 귀를 막지 못해 청춘을 차가운 콘크리트 벽 안에서 보낸 의인(義人)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절대 권력이란 너무도 완강하고 높은 벽 앞에 두려움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때로 공포감에 치를 떨기도 하고, 생명의 위협도 자주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타고난 신앙과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큰 버팀목이 그의 흔들리는 삶을 잡아주었습니다.


담장 안에서 그의 삶은 오직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독서와 기도생활. 기도생활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갈고닦았고, 독서를 통해 자신의 정신세계를 계속 확장시켜나갔습니다.


다른 양심수들은 극심한 분노와 좌절, 억울함과 답답함으로 미칠 것만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영양의 불균형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암에 걸려 죽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로 그분은 수감생활을 통해 더욱 균형 잡힌 영육간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우리가 우리 삶의 중심을 제대로 잡기만 한다면, 어떠한 뜻밖의 상황이 우리를 덮칠지라도 우리는 잠잠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열악한 분위기가 우리 삶을 엄습할지라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삶의 중심이 되시고, 우리가 그분을 굳건히 신뢰한다면 어떠한 풍랑 속에서도 우리는 내적 고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 신앙인들은 나약한 속상 상 언제나 흔들리고 표류하기 마련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있어 춥고 배고픔, 상시적으로 다가오는 십자가는 기본입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역풍은 일상적인 일입니다. 때로 우리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수립했던 계획이 송두리째 물 건너 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난데없이 날아온 폭탄에 정통으로 맞아 우리의 온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질 때도 많습니다. 단 하루도 못 보면 못살 것 같던 그 존재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만 하는 거짓말 같은 순간도 맞이할 때도 있습니다. 역풍은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할 손님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 안에 굳건히 자리하실 때, 그분께서 우리 중심 안에 살아계실 때, 우리는 어떤 세찬 역풍 앞에서도 보란 듯이 살아남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 내면 깊숙이 그리스도 그분께서 형성되어 있다면 그 어떤 세상의 풍랑 앞에서도 그분께서 함께 계시기에 안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역풍을 만난 제자들의 모습은 어찌 우리의 모습과 그리 빼닮았는지요? 역풍을 만난 제자들은 겁에 질려 제 정신들이 아닙니다. 그 상태에서 나타나신 스승을 보고 제자들은 혼비백산한 나머지 겁에 질려 유령이라고 소리 지릅니다. 스승을 본 제자들은 반가워하기보다 부들부들 떱니다.


아직 자신들의 내면 안에 그리스도가 형성되지 않은 제자들, 아직 갈 길이 먼 제자들의 한심하기도 하고 미성숙한 모습이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신앙 안에 아직 스승에 대한 정확한 대상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남들이 따라가니 그저 좋은가보다 하고 따라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먼 제자들 앞에서 예수님을 결코 실망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으십니다. 제자 공동체의 갖은 결함 앞에서도 지속적으로 인내하시며 계속 그들을 향해 손을 내미십니다. 때로 역풍을 보내심을 통해 제자들을 단련시키시는 등, 제자들의 신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십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는 세파에 시달려 정처 없이 표류하는 우리들을 바라보십니다.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기꺼이 손을 내미십니다. 죽을 고생을 다 하며 애쓰는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위로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다, 겁내지 말고 안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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