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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 공현 후 목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05 조회수1,170 추천수8 반대(0) 신고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 공현 후 목요일)


   오늘따라 병원미사에 휠체어를 타신 환자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좁은 성당 입구는 물론이고 통로까지도 그분들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분들이 타고 오신 휠체어를 바라보노라니 수년 전에 본 데이빗 린치 감독의  ‘스트레이트 스토리’(the straight story)에 나오는 잔디깎이가 생각났습니다. 그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73살의 앨빈 스트레이트는 언어 장애가 있는 딸 로즈와 단둘이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빈집에 혼자 있던 앨빈은 갑자기 마루에 쓰러진다. 이웃들이 몰려와 병원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의사를 찾아간 앨빈은 보행기 착용을 권유받는데도 혼자 이겨낼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린다. 갈수록 노쇠해지는 몸이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던 앨빈에게 형이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뜻밖의 전화가 온다. 그동안 형과의 오해로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그는 이것이 마지막 화해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위독한 형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그런데 앨빈은 30년이상 사용한 낡은 잔디깍이를 개조해 집채가 있는 트레일러로 만든다. 그는 이 낡고 이상한 트레일러에 소시지와 장작등을 가득 싣고 딸과 이웃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로 몇시간 거리인 형의 집까지 시속 5마일로 6주간의 여행을 시작한다. 생의 남은 시간이 가기 전에 형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앨빈은 힘든 몸을 이끌고 형이 있는 곳으로 열심히 달린다. 그는 여행도중 만난 사람들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형과의 오랜 불화를 속죄하듯 이 느리고 고통스러운 잔디깍이 여행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유일한 가족인 형을 찾아가 그들은 극적인 포옹을 하게 된다...>


   앨빈 스트레이트는 스트레이트(straight)라는 성의 의미답게 올곧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올곧음이 오히려 형제들과 이웃을 판단하게 되는 걸림돌이 됩니다. 아마 그래서 형과의 화해도 수십 년이 걸린 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시대의 바리사이파도 ‘분리된 자’라는 그 뜻이 말해주듯이 세속과는 분리되어 나름대로 율법을 충실히 지키고 산 훌륭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결벽에 가까운 의로움과 독선은 결국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님까지 판단하고 단죄하는 큰 죄를 짓게 됩니다.


    오늘 복음(루가 4, 14- 22)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가득히 받고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을 선포하십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그리고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탓으로 그들이 가난하게 되고, 묶이고, 눈멀고, 억눌린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독선과 교만과 단죄로 그들이 묶이고, 억눌린 것입니다. 예수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라는 말씀은 결국은 나자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내가 용서 못하고 단죄한 형제자매들을 용서로써 해방시키고 은총의 해를 선포하라는 말씀이 아닐까요? 저는 미사중에 이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잔디깍이를 타고 형을 찾아간 앨빈 스트레이트처럼 진정으로 화해할 형제자매를 찾아가 은총의 해를 선포하고 치유를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가브리엘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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