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히브 1,1-6
복음 : 마르 1.14-20

다시 연중시기가 시작된다. 
오늘 그 첫날, 복음 선포와 제자 선발로 예수님도 공생활을 시작하신다. 
그분의 공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하느님 나라'의 선포이다.(15절)

하느님나라(神國)은 어떤 나라인가? 
하느님이 친히 왕으로서 통치하시는 나라는 정의와 자비, 
성실과 친절,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기에 그 나라는 고통도 없고 슬픔도 억울함도 없는 그런 나라이다. 
그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이 세상과는 다른 장소 다른 공간, 현재와는 다른 시간 다른 차원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이 세상에서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고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복음을 복음으로 믿는 사람만이 지금부터 그런 나라 안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고 즉각 따라나서는 네 명의 제자들의 모습이야말로 
’복음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회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본보기다. 

실상 바울로사도의 증언에 의하면, 
사도들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살며 전도를 했던 것으로 기록하고있다.(1고린 9,5)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꼬 복음사가는 왜 제자들이 심리적인 갈등이나 주저함이 전혀없이 
즉각 부르심에 순종했다고 하는가? 
우리도 가족과 삶의 현장들을 즉각 떠나서 모두 수도자처럼 되야 한다는 말씀일까? 

아니다. 
복음사가는 제자들의 소명사화 속에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주고 의지가 되었던 모든 것, 
즉 가족과 배와 그물로 대변되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뒤로 (차선으로) 돌려야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예수님을 제일의 가치로 두는, 삶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이야말로 
복음을 믿는 것이며 그것이 회개의 삶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 살아가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현장안에 그대로 살면서도 그분을 따르는 것은 가능하다. 
그분과 함께 지내며 그분의 인품과 언행과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그대로 닮아가기 위해 내면적인 길을 떠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삶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삶으로 초대하시는 그분의 부르심에 
매순간 즉각 응답하여 따라나서는 것이 참다운 제자다움의 자세이다. 

그럴 때 하느님의 다스림(통치)에 복종하는 내 안에서 하느님 나라는 매순간 실현되어 
기쁨과 평화가 강처럼 흘러 넘치는 그 천국을 내가 살게 되는 것이다. 
정의와 사랑이 바다처럼 넘실대는 그 복된 세상이 내 안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것을 맛보라고 나를 부르시는 연중시기 첫날이다. 
지나간 날은 생각할 것 없다. 
지나간 원한, 지나간 분노, 지나간 슬픔, 지나간 고통, 지나간 죄악에 발목 잡히는 일 없이 
즉각 다시 시작하라는 초대이다. 

주님, 다시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성실하게 당신을 따르도록 지켜주십시오. 
다시 내 안에 천국을 펼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