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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37) 그대는 아는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11 조회수1,191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대는 아는가?

                이순의

 

 

그대는 아는가?

멈춘 듯 고요한 숨결 한 모금에서도

세상을 한 문장에 담은 詩 한 수로 읽을 수 있고.

절제 된 눈길 한 번에서도

비 오는 날의 수체화 같은 수필 한 편이 읽혀질 수 있고.

정지 된 몸짓 하나에서도

파란만장한 역사소설 한 권을 읽어 내려 갈 수 있다는 걸!

 

마음을 청해 본 사람에게서 마음을 받았을 때

그대는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마음을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마음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제야

詩 한 수를 읽어야 할 숙제 앞에 놓인 그대에게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사람의 지긋한 침묵을

아는 체 하지 말아달라고 청하고 싶습니다.

 

시와 수필과 소설을 다 읽었으니

삶의 여정에 담아 채워야 할 백지만 원할 뿐.

다시 읽어야할 여력은 이미 쇠잔하여

힘 없고! 지치고! 서러워!

쉬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세상만사를 쉬고 싶다고 하는데.....

 

그는 알고 있습니다.

숨결 한 모금, 눈길 한 번, 몸짓 하나의 사랑이 어떠했는지를!

 

마음을 청해 본 사람의 마음이 왔을 때

햇살 앞에 놓인 아침 풀잎의 이슬 한 방울처럼

그대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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