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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40) 내 엄마는 아니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13 조회수1,089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4년1월13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성 힐라리오 주교학자 기념 ㅡ히브리서3,7-14;마르코1,40-45ㅡ

 

             내 엄마는 아니야?

                                  이순의

 

 

내가 쓰는 묵상은 생활글이다. 그런데도 나의 이 작은 울타리를 넘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경향이 짙다. 어느분이 반은 아들의 이야기라고 핀잔을 주었을만큼 기울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좀더 넓게 사람의 구성을 자제하는 이유는 내 삶이 부끄럽거나 부족하지는 않지만 나로 인하여 행여라도 누가 될까 하여 그 영역을 좁혀 온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내가 살고 자란 친가의 이야기를 거의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이 사회의 어느 선을 유지하고 있는 일가 친척들에게 누가 될까 봐서도 그렇고, 혹자는 그런데 왜 그들이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지를 반문할까 봐도 그렇다. 그들은 나를 돕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게 주어진 내 형편대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남매의 막내이다. 위로 셋은 어머니께 걱정이 되지 않게 산다. 문제는 끝으로 둘 있는 작은 오빠와 나 인데..... 어머니는 그 둘 때문에 늙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작은 오빠를 잘 키워보려고 어리디 어린 자식을 일찍부터 대처로 보낸 그리움이 그렇고, 막내인 나는 태어난지 일주일만에 병이 나서 지금껐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어머니의 근심은 당연히 아래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각별한 정성답게 위로 형제들 보다 잘 살았어야 한다. 어머니는 작은 오빠에게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게 했고, 나는 마음 선한 배필을 골라서 좀 아파도 구박하지 않고 사랑해 줄 짝을 맺어 주셨다. 그리고 어언 20년이 흘렀다. 작은 오빠는 아버지의 가업을 탕진했고, 가정이 깨어졌으며, 지금은 홀로 병이 들어있다. 나 또한 나아진 것도 없이 어머니의 걱정대로 쫒겨가지 않고 잘 살고있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한 때 그 본분을 상실하게 된다. 나는 당연히 쫒겨나지는 않았으나 건강하지 못 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험난한 짝궁의 삶을 보듬어야하는 원인이 엄마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다 아버지의 유업을 받든 작은 오빠의 방탕한 생활을 목격하는 것이다. 그 뒤를 보아주느라고 어머니는 나를 돕지 못했다. 심지어는 아버지께서 병약한 나의 몫으로 주신 토지를 요구하셨다.

 

물론 그냥 요구하셨으면 내가 순순히 드렸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어머니는 처음부터 강하게 연막을 치셨다. 갑자기 친정집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네가 그 땅 사는데 단돈 1원이라도 보탰냐? 내가 고생해서 산 땅이다. 이름만 네 앞으로 있지 너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 온김에 당장 인감내서 이전해주고 가라."

 

이 내용보다 어머니는 훨씬 독한 언어를 뱉으셨지만 내 어머니시고 나도 자식을 가져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표현을 생략하련다. 나는 대꾸도 이유도 묻지 않고 돌려드리고 왔다. 이미 어머니는 나의 포기가 없이는 물러나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문전옥답의 뒤뜰 논은 그렇게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내가 땅을 일구지 않았으므로 그 땅이 내 땅이라고 실감하며 살지 않았다.

 

그래서 땅을 잃은 아쉬움을 느끼지 못 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어머니께서 어머니가 일구신 거라고 가족들에게 주권을 행사했던 모든 유산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걸 보면서 한없는 원망과 아쉬움에 어머니를 소원하기도 했지만, 우선 내 자신이 살아내느라고 어머니께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 천만 다행으로 큰오빠께서 든든하여 나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고, 어느 틈엔가 그것들이 운명이라고 느껴지고 있었다. 당연히 어머니는 늙고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막내여식의 마음도 고요해졌다. 큰올케언니께 감사하며 내 이 빈한한 하루하루를 지탱하라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수긍하느라고 정신이 팔렸다. 그런 내가 어머니는 섭섭하셨던 것이다. 형제들 중에는 그러지 말라는 타이름이 간혹 전해져 왔다.

 

그러던 어느 날에  작은 오빠가 나를 앉혀 놓고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너는 왜 네 생각만하냐? 너는 세상에서 너 혼자만 잘 살으면 되냐? 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 콩 한 쪽으로도 다섯이 나눠 먹으라고 했는데 너는 왜 너 혼자만 사냐?"

그 말이 너무 싫었다. 작은 오빠가 하루 밤에 엄청난 돈을 날리고 있을 때 나는 동전 한 닢도 없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작은 오빠가 주머니에 수표를 넣고 쓸 때 나에게 동전 한 닢도 주지 않았다. 그때 그 수표 한 장만 주고 갔어도 내가 은혜로 여길 것이다.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미 운명이고 주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말을 뱉지 않았다. 또한 세월이 나에게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작은 오빠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이미 소외된 존재로 돌아선 운명 앞의 두려움은 작은 오빠를 그리도 말이 많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점점 지나치더니 어머니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너 때문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신 줄 아느냐? 너가 어려서 병이 깊을 때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 세상에서 좋다는 약은 다 구해서 너가 이 만큼 사람 노릇을 한다면 그 공은 못 갚아도 너 그러면 안된다. 내가 아무리 못 된 놈이어도 너처럼은 안한다. 너도 자식을 키우면서 엄마 마음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느냐?"

 

물 만난 물고기처럼 구차한 이야기에서 어머니 이야기로 돌아서게 되자 빌미의 화제가 된 것이다. 작은 오빠가 엄마에게 수완을 써서 가산이 재도 없어진 것을 일가친척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어머니의 기력이 힘을 잃었지만 그때는 어머니가 아니면 용돈 한 푼이 궁한 형편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어머니께 잘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지 이야기는 깊어져서 불쌍한 어머니의 효성이 지극한 요구가 나에게 하달 되고 있었다.

 

결론은 나는 형편이 이러는데도 어머니께 너 같이는 안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생각하고, 어머니를 사랑하며,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세상은 고물없는 찐빵이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는 세상에 어머니도 없는 아이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는, 어머니를 우숩게 알고, 어머니 알기를 마음의 티끌만큼도 여기지 않는 아이라며 계속 다그쳤다.

 

나는 내가 어머니께서 짝궁에게 가서 살으라고 해서 살은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해 부터인가 이 가정을 놓치지 않고 살아 내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으며, 또한 시댁의 맏이를 살아보니 내가 살기 싫다고 돌아가면 어머니를 모셔주는 큰 새언니께 엄청난 누가 될 것이고, 어머니를 더 불편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오빠 때문에 마음에 짐이 되신 큰오빠 생각을 해서라도 나는 친정을 돌아보지도 말고 열심히 열심히 이대로 만족하며 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작은 오빠는 그런 나의 작은 결심은 전혀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기야 작은오빠도 작은오빠의 인생을 소진하느라고 하나뿐인 여동생의 삶이 눈에 들어 왔겠는가? 그래도 잘 들었다. 계속 자기 말만 하던 작은 오빠가 미안했는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대꾸라도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했는지 말을 건넸다.

"우리 막내도 한 마디 해봐? 어머니께 잘 해야제?"

 

나는 대답했다.

"엄마가 내 엄마는 아니야?

 엄마가 작은 오빠 엄마만 되는거야?

 엄마가 작은 오빠만 배 아파서 낳았나보지?

 그래서 작은 오빠만 엄마 생각이 나는거야?"

 

그때 작은 오빠는 말은 하지 못 했지만 동생도 엄마를 사랑하는데 공연한 말을 했다고 후회하는 듯 했다. 얼마전에 친정 가족모임이 시내에서 있었다. 나는 큰오빠랑 살고 계시는 엄마의 용돈은 챙기지 않았다. 드려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거절하실 게 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오빠를 주려고 작지만 얼마를 하얀 봉투에 담아갔다. 병색이 짙어서 오빠이기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작아도 써. 동생이니까 주는거야."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ㅡ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갔다 대시며 "그렇게 해 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자 그는 곧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마르코1,41-42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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