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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화 천사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18 조회수989 추천수7 반대(0) 신고

 

온화한 가을 햇살은 나에게 늘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 결함과 약점에 대해, 또 사람들과 그들의 인간적 약점들에 대해서도 온화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징이다. 그런 사람은 온화한 눈길로 자기 자신과 주변 현실을  온화한 빛속에 잠기게 한다.

 

나는 그러한 온화함을 발하는 노인들을 더러 알고 있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즐겁다. 그 노인들은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풍상을 다 겪은 사람들이다. 생의 정점과 밑바닥을 두루 거쳐 왔다. 이제 삶의 가을에 서서 모든 것을 온화한 눈길로 응시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인간적인 어떤 것도 낯선채인 것이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제 이루어진대로 그렇게 온화한 가을 햇살 속에서 빛나도록 내버려둔다.

 

온화한 빛을 발하는 노인들은 삶의 맷돌에 갈린 사람들이다. 여러 고비를 겪었고 절망도 하면서 어두운 좁은 길을 통과해 왔다. 결함과 약점과 지치도록 싸워 왔으며, 수없이 실패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거듭 다시 일어섰고, 계속 싸웠다. 결국 운명의 맷돌이 그들을 부드럽게 갈아놓았다.

 

그들은 그러한 맷돌에 대항하지 않았다. 빻아지기에 "예" 라고 응답했으며, 그리하여 그렇게 부드럽게 되었다.

 

온화와 온유는 함께 짝을 이루고 있다. 온유는 영성적인 사람에 대한 중요한 표지다. 사람을 냉혹하고 독선적으로 만드는 수덕생활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다른 사람에 대해 냉혹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자기 결함과 약점을 진정으로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것을 억압해 왔을 뿐이다. 그는 완력으로 그것들과 대항해 왔고, 이제 똑같은 폭력으로 다른 이들을 공격한다. 그렇게 자기의 억압된 격정을 다른이들에게 투사한다. 진실의 맷돌에 갈리지 않은 까닭에 부드럽고 다정하며 온화하게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대의 삶속에서 많은 온화 천사를 만날 수 있기를. 그대는 그러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대에게 선을 베푸는지 감지할 것이다. 그들 가까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라. 그러면 그들로부터 온화한 눈길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대의 삶을 온통 부드러운 가을 햇살 속에 잠기게 하고, 그대 안에 있는 모든 것에, 심지어 좌절에조차도 특별한 품위와 아름다운 선사하는 온화한 눈길을. 그리고 그런 온화한 사람들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아마 스스로 자기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끼는 사람,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사람, 자기와 자기 결함에 대해 절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화 천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아마도 그대의  온화한 눈길 속에서, 그들 역시 자기 삶을 다른 눈으로볼 수 있음을, 즉 냉혹하고 비판적인 눈이 아니라 모든 것을 온화한 가을 햇살 속에 잠기게 하는 부드럽고 온화한 눈으로 볼 수 있음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 올해 만날 50천사/ 안셀름 그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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