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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죄송스러움의 어둠이 짙으면 짙은만큼!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18 조회수1,236 추천수9 반대(0) 신고

 

 

 

                        

                       

 

 

해는 이미 서산으로 넘어간 뒤였다.
그는 이 장소에서 돌을 하나 주워 머리맡에 두고
그 장소에 누워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창세기 28,10-12 송봉모 신부님 직역>

 

 

야곱이 정말 머물렀던 자리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님 <야뽁강을 넘어서>中에서
예수회/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는 고통스런 시간에 야곱은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꿈을 통해 임마누엘의 하느님을 만난 것이다. 야곱은 자신의 생애에서 일곱 차례 하느님을 직접 만나게 되는데, 이번이 첫번째 만남이다.

 

 

그는 땅에서 하늘까지 닿는 층계와 그 층계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고, 하느님이 나타나 그와 늘 함께하겠다는 약속과 반드시 지금의 이 자리로 데려오겠다는 맹세를 듣는다.

 

 

야곱의 체험은 절망하는 이들의 보편적 체험이다. 인간은 낭패.좌절 그리고 회한의 순간에 존재의 뿌리이신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이전에 하느님을 만났다면 다시금 더욱 깊이 만나게 된다. 젊은이들이 군대 가기 전까지는 신앙생활에 별 관심이 없다가 군대에 가서 열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야곱의 베델 체험은 '야곱이 머물렀던 자리'와 '야곱이 정말로 머물렀던 자리'를 구분하게 한다. '야곱이 머물렀던 자리'는 비참하고 불안한 자리였다. 야곱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뿌리-하느님.가족.고향-를 다 잃어버리고 절망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는 하느님의 돌보심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어두운 영과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또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부서진 가족관계로 인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또 기약없이 고향을 떠나면서 부평초처럼 허공에 뜬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야곱이 정말로 머무르고 있던 자리'는 하느님의 천사들로 붐비는 거룩하고 신적인 자리였다. 그 자리는 하느님이 층계 상징과 자기 계시와 약속을 통해 돌보아 주시는 자리였다.

 

 

우리가 처해 있는 삶의 자리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또는 비참하고 고통스런 현실, 그것은 일견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자리'이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가 정말로 머무르고 있는 자리를 볼 수 있는 영적 시선을 가져야 한다.

 

 

삶에 놓여진 짙은 어두움은 비록 우리 부족함과 허물 때문에 형성되었다 할지라도 하느님은 그것을 은총의 통로로 이용하신다. 그리하여 삶에 놓여진 죄송스러움의 어두움은 하느님의 신적 그림자로 전환된다. 죄송스러움의 어둠이 짙으면 짙은 만큼 빛이신 하느님은 우리 옆에 더욱 가까이 계시는 것이다...! 아멘.

 

 

        † 주님을 의지합니다!

 

 

집념의 인간 야곱이 에사오를 피해 달아나듯이 저도 제가 머물고 있는 다소 불편하고도 죄송스러운 자리를 달아나 듯 묵은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았지만 묵은 제 모습과 묵은 제 자리들은 그대로 고스란히 경리장부의 이월금액처럼 이월되어져 넘어왔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삶의 현실들과 조건들은 그대로이지만 늘 새 해, 새 달, 새로운 시작을 새 스케치 북에 새롭게 스케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비록 망치더라도 새로운 도화지가 있으니까요. 도망자 야곱이 겨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구두쇠 라반 삼촌을 찿아가 고달픈 머슴살이를 했지만 돌아올 땐 두 무리를 이루어 돌아옵니다. 저도 올 한해 출발점은 작년의 이월장부이지만 그 장부에서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잘해서 적자가 나지 않는 2005년 인생 장부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더욱 더 주님의 지팡이 즉 "말씀"에 의지하고 그 "말씀"이 이끌어 주시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성령께 늘 제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는 자 되겠습니다.

 

무화과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도나무에는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는 딸 것이 없고
밭은 먹을 것을 내지 못할지라도
우리에서는 양 떼가 없어지고
외양간에는 소 떼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내 구원의 하느님 안에서 기뻐하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나의 힘
그분께서는 내 발을 사슴 같게 하시어
내가 높은 곳을 치닫게 해 주신다.

<하바꾹 3,17-19 새번역 성서>

 

   주님, 저는 별로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또 제가 현재 머물고 있는,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는 이만큼의 제 자리에 대해 세상적인 시선으로 보면 불만족스럽고 한탄스럽기까지 하지만 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의미가 아닌 보다 더 영적인 시선으로 제 현실과 제 삶을 바라보면 당신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무화과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도 나무에는 열매가 없을지라도 이만큼이라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게 주신 "몫"을 잘 펑~ 튀겨서 세상의 겨자씨.세상의 누룩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스러움의 어둠이 짙으면 짙은 만큼 빛이신 하느님은 우리 옆에 더욱 가까이 계시는 것이다...!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많이 내렸다는 로마서 말씀처럼 제 삶의 어두운 길목마다 가로등을 환히 밝혀 주시는 참 빛이신 주님께서 제 가까이 머무시고 계심을 제 마음 깊이 새기며 큰 위로와 격려를 받습니다. 또한, 저 높은 곳을 치닫을 수 있도록 사슴처럼 날랜 다리를 주시고 또 제 힘이 되어 주십시오. 아멘.

 

 

♧ 주교회의에 의하면 2005년부터 지난 28년간 쓰던 "공동번역판 성서" 대신 "새번역성서"를 표준 성서로 채택,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성서는 새번역 성서를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번역 성서는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공동번역보다 이해가 잘 되고 알아듣기 쉽게 번역이 잘된 거 같습니다. 또, 음악 저작권법에 따라 배경음악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많이 아쉽습니다.

 

 

  주님의 평화 가득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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