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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느낌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19 조회수1,661 추천수19 반대(0) 신고

1월 19일 연중 제2주간 수요일-마르코 3장 1-6절


“손을 펴라.”



<아, 느낌표!>


지난 주말, ‘느낌표’를 보셨나요? 침실로 들어가려는데, 늦은 시간까지 휴게실에 TV가 켜져 있길래, 살짝 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아니 글쎄 몇몇 형제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어 ‘이게 뭔 일인가’ 했었지요.


‘느낌표’를 보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볼 때 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 보기 드믄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오늘은 또 어떤 일로 심금을 울리나 궁금증이 생겨 슬그머니 끼어 앉았습니다.

   

그날 가장 눈에 띤 사람은 ‘눈을 떠요’ 코너의 종건(13)이와 그 어머니였습니다. 중복장애(시각 및 청각)를 지니고 계신 어머니, 그래서 찢어질 듯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가정의 종건이었지만, 얼마나 효심이 지극하고 또 심성이 착하던지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종건이의 근심어린 얼굴, 가엾은 엄마를 위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착한 종건이를 바라보느라 다들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종건이 어머니에게 새 세상을 밝혀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출연진의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토록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눈물샘을 자극한 제작진의 아이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눈을 떠요’ 코너를 통해 실제로 새 삶을 되찾은 이웃들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참으로 부럽고, 또 한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교회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을 향한 형제자매들의 헌신, 여러 분야에 걸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활약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전 국민적인 동참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즉각적으로 이끌어내는 ‘눈을 떠요’ 코너의 참신한 기획을 보며, 우리가 하고 있는 사목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남겨준 각막을 이식받고 새 삶을 되찾은 사람이 ‘죽어도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 어떤 모습으로든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치유행위는 환자들에게 다시 한번 생명을 부여하는 가장 은혜로운 활동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그 자리에서 치유하십니다. 환자를 보고일단 담당 제자(접수창구)에게 가서 접수를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번호가 뜨면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 딱한 환자를 만난 바로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치유활동을 전개하십니다.


당장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사람 앞에서, 당장 하루하루가 답답해서 못 견디는 사람들 앞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입니다. 그분들에게 “한번 기다려보자. 살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당신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이런 말처럼 약 오르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좋은 마음, 따뜻한 마음, 간절한 기도 등등 다 좋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한 실천신학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우리의 가슴을 쓰리게 만들지만, 수 천 번 생각해도 옳은 말씀입니다.


“이 땅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만, 다른 무엇에 앞서 아직도 부지기수로 외국으로 건너가는 우리의 어린 핏줄들을 위해 우리가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초대형 성당이나 예배당을 짓고, 대대적인 사목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이 땅의 수많은 신부님, 목사님, 장로님들이 그 아이들 한 명씩만 맡아 기르면 안될까요? 그리스도를 참으로 숭배하는 길은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는 길입니다. 금빛으로 도금한 십자가가 아닌 예수님이 매달리신 십자가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치유활동을 하셨던 바로 그 자리(회당)에는 외적으로 손이 오그라든 환자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한 중증의 환자들이-마음이 오그라든 환자들이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존경하고 흠모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오직 예수님의 행동에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도 우리들의 일상 안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오그라든 마음을 바라봅니다. 죽어도 나누지 않는 완고한 마음, 어떻게 해서든 내 밥그릇만은 먼저 확실히 챙겨놓으려는 이기심, 남 잘되는 꼴 죽어도 못 보는 옹졸한 마음, 강자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졸아들면서, 약하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인정사정없는 이중성, 알량한 자존심, 무서운 복수심...참으로 오그라 들대로 오그라든 마음입니다. 이런 비뚤어지고 완고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니 그분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요.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오그라든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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