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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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간을 누가 훔쳐 갔는가?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0 조회수946 추천수9 반대(0) 신고
 

   

   사회생활 초년병시절 한 선배가 제게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책 한권을 선물로 주었는데 출세의 지름길을 담은 내용 같아 정독했던 생각이 납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대목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습관 중에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배들이 저를 찾아와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을 때면 사전계획수립과 시간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단골메뉴였습니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출세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시간을 움켜잡으려고 발버둥쳤건만 그 꿈을 아직도 실현하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시간은 바람처럼 저의 손가락사이로 빠져 달아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의 시간을 누가 훔쳐 갔단 말입니까?  늘 시간에 쫒기다 보니 시간을 쪼개쓰고  살아왔기에 시간의 노예라기보다는 시간과 벗하고 지낸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화기를 들고 수다를 떤 일, 인터넷사냥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일,  일일연속드라마에 푹 빠져버린 시간, 유머시간에 너털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던 일들이 생각나네요.  꼼꼼한 성격이고 보니 작은 것에도 매달리기가 일쑤였고, “No!”라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남에게 질질 끌려 다닌 때도 많았습니다.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동창회, 향우회, 동우회, 친목회 같은 모임에 열심히 쫓아다니기도 했지요. 모처럼 일에 전념하려고 하면 손님이 찾아오거나 사무기기가 고장이 나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고, 잡동사니 일에 휩싸이다보니 우선순위도 모른 체 헤매다가 지치기도 했나 봐요. 남에게 일을 위임할 줄 모르고 혼자서 끙끙되다가 앓아누운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니 나의 시간도둑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보니 출세하여 무덤 앞에 기념비를 세우겠다는 꿈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하여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기도하는 가운데 지내봅니다. 출퇴근 시간에  로사리오기도를  바치기도 하지요. 묵주를 잡으면 그렇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묵상하는 재미를 맛본 후로 하느님나라의 시간은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장거리 여행과 같으니 달음박질치듯 달려갈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영원한 삶을 꿈꾸는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삶의 자세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물의 주인이신 주님께 믿음을 두고 보니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은 기분입니다. 나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용기가 솟아났고 앞으로 보람된 나날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제 내 앞날의 시간을 주님의 손에 맡기렵니다. 당신께서 제 모습을 창조한 대로 넉넉한 시간을 주시어 당신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나의 희망을 회복시켜주신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자 시편을 노래합니다.


   야훼여, 나는 당신만을 믿사옵니다. 당신만이 내 하느님이십니다. 나의 앞날을 당신의 손에 맡기나이다.(시편 31:14-15) 당신 앞에서는 천년도 하루 같아, 지나간 어제 같고 깨어 있는 밤과 같사오니 당신께서 휩쓸어 가시면 인생은 한바탕 꿈이요 아침에 돋아나는 풀잎이옵니다. 아침에는 싱싱하게 피었다가도 저녁이면 시들어 마르는 풀잎이옵니다.(시편 (90:4-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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