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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물을 버리고...(연중 제 3주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2 조회수1,043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물을 버리고...(연중 제 3주일)


    '천성산 지킴이'를 자처하며 87일째 단식을 하던 지율 스님이 며칠 전 서울 청와대 부근에 있던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겨 잠적한 것으로 보여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율스님은 친지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 ‘뒷일을 부탁한다’는 전화를 하고 잠적해서, 더욱더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 세계의 실상, 우주의 실상을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말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 인드라의 그물은 한없이 넓은 그물로 그 이음새마다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주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그물로서 서로 연결되어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주의 실상입니다. 인드라의 세계에서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 심지어 바람소리 물소리가 서로 화음하면서 진리를 노래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마태 4, 12-23)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를 걸으시다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지고 있던 베드로라는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 그리고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던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성소의 그물로 한꺼번에 포획(?)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하시자 그들은 배를 버리고 그물을 버리고 아버지를 떠나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제 2독서(1고린 1, 10-13, 17)에서 사도 바오로는 분열된 고린토교회의 일치를 호소하면서 “여러분은 모든 의견을 통일시켜 갈라지지 말고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굳게 단합하십시오...여러분은 저마다 ‘나는 바오로파’다, ‘나는 아폴로파다’, ‘나는 베드로파다’, ‘나는 그리스도파’하고 떠들고 다닌다는 것입니다...인간의 말재주로 복음을 전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그 뜻을 잃고 맙니다.‘


   요즘 무선네트워크에 이어 방송네트워크, 나아가 선교네트워크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트(net)는 그물이라는 뜻으로 조직, 방법, 일치를 상징하며 그 쓰임새에 따라 무선망, 방송망, 선교망, 연락망, 사목등...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잡고자하는 물고기에 따라 그물도 다양한 그물이 있고 또 그물망의 크기도 다양한 것처럼, 우리의 그물은 그 사목 대상에 따라 그물 종류와 크기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즘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그물이라고 합니다. 특히 버려진 그물은 물고기들에게도 위험하지만 항해하는 배들도 혹시 그 그물이 스크류를 휘감지 않도록 늘 주의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물을 과감하게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갑니다. 그것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물고기를 잡는 그 그물로는 사람을 도저히 낚을 수가 없기 때문이고 오히려 사목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재능이나 계획, 조직, 권력, 이익등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낡은 그물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그 그물로 사람과 자연을 낚는 것 즉 생명사목(잘 보호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치 검투사가 상대방을 그물로 잡는 것(상처를 주고 훼손하고 죽이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다양한 그물과 그물망 크기의 연구와 선택보다는 낡고 노후한 한가지 그물을 고집함으로써 이미 다 낚은 고기들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요? 가브리엘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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