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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일이 기다려져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5 조회수1,301 추천수14 반대(0) 신고
 

1월 26일 성 디모테오와 성 디도 주교 기념일-루가 10장 1-9절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주일이 기다려져요>


얼마 전 한 그룹의 신자들 집들이에 초대를 받아갔습니다. 대체로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분들의 모임이었기에, 식사 후 대화주제도 자연스럽게 신앙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결국 대화의 종착역은 이사 가서 새로 전입한 본당의 주임 신부님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본당에 전입한 부부의 주임신부님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서, 한번도 뵙지 못한 신부님이지만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왔습니다.


“신앙생활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요, 정말 주일이 기다려져요. 주임 신부님께서 얼마나 따뜻하시고, 소탈하신지 깜짝 놀랐습니다. 또 강론은 간단하면서도 얼마나 재미있게, 또 유익하게 잘 준비하시는지 몰라요.”


뿐만 아니라 신자재교육을 위한 참신한 프로그램을 계속 계발하시고, 다양한 부류의 신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 늘 동분서주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무튼 말씀의 요지는 신부님이 좋아죽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칭찬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니 저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신부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제 중학교 시절 은사님이 생각났습니다. 국사 과목을 담당하던 선생님이셨지요. 일주일 내내 그분 수업이 들어있는 화요일만 목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셨는지 모릅니다. 한 시간 내내 저희들은 숨을 죽이고 그분의 드라마 같은 수업을 들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을 기대하시라!”는 말씀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모릅니다.


저희들을 바라보던 눈빛이 또 얼마나 따스하셨던지? 수업이 끝나면 저희 까까머리 중학생들은 다들 그분을 둘러싸고 난리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 디모테오와 성 디도 주교의 기념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제자였던 두 분은 사도 바오로를 도와 초대교회 공동체 건설에 몸 바쳤던 훌륭한 사목자들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를 도와 교회의 초세기 교회의 초석을 놓고, 신자 공동체를 조직했으며, 그들의 영성생활을 지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목자들이 디모테오와 디도 주교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옆길로 새는 신자들, 우상숭배로 빠지는 신자들, 과거의 악습과 차마 결별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신자들, 사사건건 트집 잡고 서로 물고 늘어지던 신자들의 마음을 다독거리기 위해 자신들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부었던 목자들이 디모테오와 디도 주교였습니다.


그 숱한 부족함과 결점 투성이의 양떼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던 착한 목자들의 헌신과 사랑이 있었기에, 초세기 교회 신자들은 조금씩 과거를 청산하고, 우상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사목자가 지녀야할 다양한 조건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신자들을 휘어잡는 탁월한 언변도 중요합니다. 조직의 리더로서 신자들을 잘 지도할 리더십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계층의 신자들에게 늘 신선한 서비스를 제공할 창의력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신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목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받는 사목자가 될 때, 그의 사목은 결실여부를 떠나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사목자가 신자들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랑받는 사목자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랑입니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이뤄냅니다. 사랑만이 우리가 행하는 모든 사목에 있어서 성공의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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