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랴, 어서가자!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8 조회수865 추천수6 반대(0) 신고
 

   아지랑이 곱게 피어오르는 봄날이 오면 저는 늘 어머님 생각에 젖곤 합니다. 제가 읍내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봄날, 어머니께서는 동구 밖 언덕 밭에 채소를 가꾸시려고“야야(얘야), 니(너)도 컸으니 소 몰아 밭 좀 갈아 보려므나.”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객지에 나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농사일을 도맡아 하시느라 고생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기에 어머니께서 일러 주신대로 난생 처음으로 쟁기를 잡았습니다.


   어머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소고삐를 잡고“이랴, 어서가자!”하며 앞장 서셨습니다. 작은 텃밭이라 일이 이내 끝난 뒤 어머님께서는“니도 앞으로 큰 일꾼 되겠다. 나하고 농사짓고 살 거지?”하고 물으셨지요. 저는 얼떨결에 “예.”하고 대답해버렸습니다.


   대학입시 후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어머님께서는“장한 우리 아들!”이라 하시며 어깨를 두드리신 후에도 혼잣말로“농사짓고 살면 배부르게 먹고 살 텐데.”하시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못내 섭섭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도 고향에서 농사지은 쌀을 갖다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니 대학공부해서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삶을 어머님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이내 아이들이 태어났고 조그만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고 생활비를 쪼개 쓰다보니 효도관광은커녕 외식한번 시켜드리지 못했던 후회를 잊을 길 없습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 가면 어머님을 모시고 생일상이라도 한번 차리려고 마음먹었지만 지병이었던 고혈압 때문에 내가 쟁기질을 했던 채소밭에 나가셨다가 쓰러지신 후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않으신 체 하늘나라로 가시고 말았어요.

 

   아무리 부모의 사랑이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함께 농사짓고 살기를 바라셨던 어머님의 기대를 이렇다할 이유도 대지 못하고 저버린 불효를 어찌 지울 수 있겠습니까?  "아비지를 공경하는것은 자기 죄를 벗는 것이며 어머니를 공경하는것은 보화를 쌓아 올리는 것이라."(집회서 3:3-4)는 것을 이제사 깨달았습니다.

 

어머님, 아시나요?  어머님이 그리울 때면 제가 늘 이 시조를 읊는다는 것을....

      어버이 살아실 제  섦길란다 하여라

      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생겼을까

      하늘같은 가없는 은혜 어디대어 갚사오리.

어머님, 이제 밥은 배불리 먹고 삽니다. 손녀 손자들도 잘 자라고요. 하늘나라에서라도 편히 쉬십시오.  주님, 저희 어머니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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