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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은 '이미'왔으나 '아직' 오지 않았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8 조회수879 추천수8 반대(0) 신고


성 토마스 데 아퀴노 사제 학자 기념일(1/28)






    독서 : 히브 10,32-39 복음 : 마르 4,26-34 날씨가 푸근해졌다. 봄기운을 느끼고 싶어 묵주를 들고 산책하러 나갔다. 집 앞 낚시터에는 살얼음이 살짝 덮혀있다. 쌍둥 잘려진 벼의 밑둥만 남은 논. 갈아 엎어진 흙덩이들로 인해 썰렁한 밭. 봄이 오려면 아직은 더 기다려야할 것 같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그러하지, 봄은 얼음 밑에서, 땅 밑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리라. 꽁꽁 뭉쳐진 흙덩이 속에서도 잎을 다 털어낸 나목 속에서도 생명은 꿈틀대고 있으리라. 그렇다. 하느님 나라도 이와 같다고 오늘 복음은 말씀하신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더 많은 역동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리고는 자고 일어나곤 하며 밤과 낮이 가는데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씨는 싹터 무럭무럭 자랍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김을 매는 일'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행위에만 관심을 둘 때, 결과에만 촛점을 맞출 때, 성급하게 그 과정을 줄이려 들 것이다. 성과와 능력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빨리', '많이'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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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을 만들고, 밤낮으로 빛을 쪼여주고, 음악을 틀어주고, 주사를 맞히고
            온갖 지혜와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는 그렇지 않다. 얼음장을 깬다고 봄이 빨리 오는 것이 아니듯, 싹을 잡아당긴다고 곡식이 빨리 자라는 것이 아니듯,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행위로 서두른다고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땅은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합니다. 처음에는 줄기가 자라고,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그 다음에는 이삭에 가득한 밀알이 맺힙니다." 하느님 나라는 과정이다. 모든 것을 억제하고 희생해서 얻어지는 결과가 천국이 아니다. 즉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도달해야할 어떤 시점. 이곳이 아닌 어느 먼 곳에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이곳에, 여기에 왔으나, 아직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실재이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의 이 과정을 우리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과정이 바로 천국인 것이다. 우리의 삶, 때로는 지옥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이 안에 생명은 자라고, 이 안에 행복이 있으며, 이 안에 인생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시기 위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있다'고 말씀하시며 그분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것이 땅에 뿌려질 때에는 지상의 어떤 씨보다도 작습니다. 그러나 뿌려지면 자라서 어떤 푸성귀보다도 더 크게 되어 큰 가지들을 뻗칩니다. 그리하여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됩니다." 지구 한귀퉁이 작은 나라에서 보여주신 그분의 행적과 말씀. 지구상의 수십억 인구 가운데 하나로 오신 그 평범한 아기. 마굿간의 구유에 뉘어진 초라한 갓난 아기가 2000년 세월의 역사적 검증을 거치고도 아직까지 그 그늘에 수억의 세대들이 깃들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분의 삶을 따르며 그분에게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서도 지금 그러한 과정을 일구어내고 있으리라.
            하느님 나라는(천국)은 단 한번의 회개로 이룩되는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적 과정이다.
                  내가 줄기차게 가꾸어 가고 그분이 살리시고 기르시는,
                  그분과 내가 합작으로 이루어내는 공동 작업의 상태가 하느님 나라다.
                  ♬ Sanctus-St Philips Boys Ch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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