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언제까지 주무시렵니까?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29 조회수1,164 추천수16 반대(0) 신고


연중 제3주간 토요일(1/29)






    독서 : 히브 11,1-2.8-19 복음 : 마르 4,35-41 마르꼬 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세상에, 그리고 우리 마음에 어떻게 이룩되는지를 몇개의 비유로 가르쳐주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특히 밀도있는 교육을 시키셨다. 그 이유는 당신이 돌아가시고 나면, 제자들이 당신의 일을 맡아야하기 때문이고 제자들도 당신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운명임을 아시기에 준비시키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직은 그분이 말씀하시는 것들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연약하고 미미해보이는 하느님 나라라니? 그리스도로 오신 분이 이룩하는 일들이 그렇게 실패처럼 끝이 난다니? 그런 것들 안에서 어떻게 초월적이고 전능하신 분의 모습을 보라는 것인가? 그 날 저녁 배를 타고 호숫가 저편으로 이동할 때, 그들은 그분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거센 회오리 바람이 일어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와서 배가 곧 물로 가득차게 되었을 때. 예수께서는 무관심한듯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은 그분을 깨웠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이 안되십니까?" 마르꼬 복음에서는 아직 이분이 죽은 이도 살렸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자들의 이 물음은 목숨을 살려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팔자좋게 자지 말고 자기들을 도와 물이라도 퍼버려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선생님"이라는 인간적인 호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스승들과는 뭔가 다른 조금 기이한 스승(랍비)으로 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있어라" 하고 이르셨다. 일어나 제자들과 함께 물을 퍼서 배밖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멎고 매우 고요해졌다. 이제 그들은 풍랑보다, 배에 덮쳐들어온 파도보다 그분이 더욱 두려워졌다. "여러분은 왜 겁냅니까? 아직도 믿음을 갖지 못합니까?" 그들은 몹시 질리어 두려워하면서 서로 말하기를 "도대체 이분이 누구신데 바람과 호수조차 이분에게 순종할까?" 하였다. 이제 제자들은 예수께서 가르쳤던 비유의 의미를 믿어야 한다. 그렇게 미미한 듯 보이는 하느님 나라,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는 하느님 아들의 행적을. . . . 형제들이 사업에 필요하다며 담보를 설정해주어야 한다고 애걸하는데 거절할 수 있는 한국인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은 애초에 하는게 아니라고 아무리 생각해왔어도, 막상 닥치면 그렇지가 않다. 특별히 우애가 깊어서도 아니고, 형제에 대한 신뢰가 깊어서도 아니다. 그렇게 설정해준 보증 때문에, 집도 땅도 다 날라가고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빨리 집을 처분해야 그나마 반이라도 건질 수 있겠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 경매에 모두 넘어가게 생겼다. 현금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막았고, 그런 과정에서 사업 자금까지 모두 쏟아붓고는 하는 일 없이 집에 있게 된 남편. 언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는 남편을 보고, 행여나 저절로 한숨이 나올까 조심했고 짜증섞인 목소리하나, 찌푸린 인상하나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올까 몸을 사렸다. 그러나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어둑한 골목길에 서면, 예외없이 이 복음의 대목이 늘 떠올랐다. "당신은 어디서 주무시고 계십니까?" 뱃 고물이 어디인지 알기만하면 쫓아가 깨우련만.... 아무리 불러도, 아무리 외쳐도 그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분의 침묵과 부재에 견딜 수 없어, 길거리에서, 감실 앞에서, 깊은 밤에, 남편이 보지 않고 애들이 없는 곳에서 나는 울었다. 세상이 무서웠다. 한번도 집없는 고생을 해보지 않았고 한번도 배곯아본 적이 없었다. 남편도 부잣집에서 곱게 자란 사람이라 험한 일은 할줄도 몰랐다. 시집 오기 전, 신랑감에게 가장 우려되었던 일이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현재 닥치고 있는 풍랑보다, 앞으로 닥쳐올 해일 때문에 더 겁에 질렸다. 마침, 교구청에서 맡겨놓은 책(복음해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당장 필요한 일용할 양식은 어찌 어찌 해결하고 있었고 우선은 날짜가 정해져있는 그 책의 간행이 시급했다. 내가 책임자였기 때문에 도중에 손을 놓을 수도 없었지만 그일이 나날의 불안과 괴로움을 잊는 도피처였는지도 몰랐다. 아무리 깨워도 예수님은 도와주러 오시지 않고, 해결되는 일도 없이, 책은 제 날짜에 출판부에 넘겨졌다. 그 일이 내 손에서 마무리 되어 가던 그 즈음에... 복덕방(그때는 그렇게 불렀다)에서 집을 계약하자고 전화가 왔다. 그즈음에는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없었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집을 계약한 사람은, 몇달 전에 집을 보러왔다가 문이 잠겨있어서 대문 사이로, 담 너머로 마당만 보고 돌아갔다고 한다. 원예를 전공하고도 그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살다보니, 늘 마당있는 집을 사고 싶어했고, 마침 우리집 마당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생각이 어수선하고, 마음이 이미 떠난 집이었기에 잔디 손질도 못하고, 가지도 제대로 자르지 못한 나무에는 거미줄이 가득 끼어있었다. 그 사람은 좋은 나무를 그렇게 버려둔 것이 안타까워 집을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집을 사는 사람은 으례 잘 가꾸어놓은 집도 흠을 잡는게 상식 아닌가. 집안도 구경한 적이 없는 사람이, 계약을 하고 나서야 집안을 구경했다. 집안은 생각보다 좋다며, 안도의 표정을 짓는 그 사람을 보며 '이건 기적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경매일을 아슬아슬하게 앞두고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반 남은 돈으로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었다.
    물론 만족할만한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거리에 나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 풍랑 속에서 예수님은 분명히 쿨쿨 자고 계셨다. 나는 그 불안한 시기에 불신과 의심 속에 계속 시달리면서도 그 책을 다 수정하고 편집해서 교구청에 넘겼다. 그분은 그때야 서서히 일어나 바람과 호수를 꾸짖어주셨다. 정말 걱정하고 무서워했던 해일은 나를 덮치지는 않았고. 그렇게 그분은 당신이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가르쳐주셨다. ♬ Gabriel’s Oboe-Mission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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