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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59) 똥구멍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1-31 조회수1,328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5년1월31일 월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ㅡ히브리서11,32-40;마르코5,1-20ㅡ

 

              똥구멍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순의

 

 

밥맛이 떨어져 밥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나올 것도 별로 없었나보다. 몇 일이 지나고 다시 곡기가 입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똥구멍이 기별을 했다. 그런데....????? 차돌처럼 굳어버린 덩어리가 나올 줄을 모른다. 괄약근은 빨리 내보내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입으로 들어간 게 부실했던 덩어리는 그거라도 직장에 남아 영양분을 짜고 또 짜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더 짤 것이 없을 만큼 말라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나보다.

 

입으로 들어간 게 부족했을 먹이 찌꺼기를 빼내는데 육신의 전체가 기운을 써야만했다. 힘을 줘도 안되고, 휴지로 파도 안되고..... 결국은 어렸을 적의 습관을 빌려왔다. 시골의 똥간처럼 변기통에 양다리를 올려서 쭈구리고 앉아 식은 땀을 송올 송올이 짜야만 했다. 연명하느라고 고생했을 그것들을 위해 전신의 기운을 다시 한 번 동원하였다. 그런데....? 헉? 아기를 출산할 때도 살 찢어지는 걸 몰랐는데 살이 찢어졌다. <쩍!> 그리고 검은 콩알들이 엉겨서 쏟아졌다. 순간의 개운함은 순간의 쓰라림을 동반했다.

 

변기통에서 내려와 돌아보니 불순물 무거운 덩어리는 가라 앉아서 보이지 않는데 변기의 물은 선홍색의 핏물이 흥건하다. 후회했다. 관장약을 사다가 관장을 할 것이지 참말로 잘 못 했다. 괄약근이 찢어지면 잘 났지를 않는다는데.......

똥구멍은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날마다 고구마를 먹어서 섬유질을 공급하고 있다. 괄약근에게 보드란 사죄를 드리고 싶어서다. 고구마는 괄약근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입으로 들어 간 것이 보드라우니 나오는 것도 보드랍다.

 

진짜로 똥구멍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 난 상처의 핏물은 아직도 멈추지 못하고!

한 번 찢어진 아픔이 아무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가 보다.

똥구멍은 밥맛을 거부한 입술을 욕하지 않았다.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피를 쏟는다.

묵묵히!

 

내 똥구멍!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내 똥구멍!

입술은 나불나불 기도한다.

"주님! 진실한 똥구멍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착한 똥구멍을 낫게 해 주소서.

 주님!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똥구멍에게 평화를 주소서.

 아멘!"

 

똥구멍은 기도도 할줄 모른다. 

 

ㅡ예수께서 배에 오르실 때에 마귀 들렸던 사람이 예수를 따라 다니게 해 달라고 애원하였지만 예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시고 "주께서 자비를 베풀어 너에게 얼마나 큰 일을 해 주셨는지 집에 가서 가족에게 알려라."하고 이르셨다. 마르코5,18-19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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