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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독하고 외로운 의인(義人)의 길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03 조회수1,202 추천수14 반대(0) 신고
 

2월 4일 연중 제4주간 금요일-마르코 6장 14-29절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하여라.”



<고독하고 외로운 의인(義人)의 길>


뒷돈, 검은돈, 급행료, 촌지...등등이 판을 치던 암울했던 시절, 한 기관에 근무하던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올곧은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단 한번도 한눈팔지 않던 사람, 절대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꿈도 꾸지 않던 사람, 양심에 찔리는 일은 엄두도 못 내던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언제나 승진 대열에 밀렸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승진 기회인 지역 책임자를 임명하는 봄철 정기인사 때마다 그가 겪었던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승급 대상자들 사이에서 상납해야할 구체적인 액수가 얼마라는 것 까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쩔 수 없는 방법’을 동원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잘도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나 그 형제는 끝까지 편법을 쓰지 않았습니다. 정말 내적 갈등이 많았지만, 죽었으면 죽었지 구차스런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던 사이 동기들은 물론 후배들까지 다들 저만치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족들 앞에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후배들 보기도 창피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제 자리 걸음인 자신이 점점 비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 형제 앞에서 제 위로나 격려의 말은 정말 현실성 없고 부질없는 공허한 외침처럼 들렸겠지요.


때로 어떤 상황 앞에서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손해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남들 다 편법 쓰고, 남들 다 부정행위하고, 남들 다 적당히 적당히 하는데...그래도 저리 인생길이 잘 풀리고, 저리 떵떵거리며 잘 나가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억울한 심정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부패지수가 높은 사회일수록 의인의 길, 그리스도인의 길, 기본을 지키려는 사람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정직하고 청렴한 인생은 언제나 고독하고 외롭기만 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청정한 인생이 진정 자랑스러운 인생일텐데...오히려 주변머리 없는 사람, 요령 없는 사람, 대책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습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사가는 의인 중의 의인이었던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얼마나 거룩하고 의롭게 살았으면 당대 약삭빠르고, 권모술수에 능하기로 한 이름 날렸던 헤로데마저도 그를 존경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말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던 헤로데였지만 세례자 요한의 말이라면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마음으로부터 그의 말을 경청했던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에 으뜸가는 덕목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 지녔었던 의로움입니다. 강직함입니다. 정직함입니다. 청빈함입니다.


아닌 것 앞에 의연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뜨거운 피를 지닌 진정 살아있는 사람, 당장 내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옆길로 샌다 할지라도 나만은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떳떳한 사람이 오늘 날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정직하게, 원리원칙대로,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정직함, 원리원칙, 양심, 진리, 의로움, 성실함 이런 단어들이 대우받는 우리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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