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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에서 짠맛을 낼 수 있을까 !!
작성자김기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04 조회수1,077 추천수6 반대(0) 신고

문득 원초적 질문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정녕 무엇일까?

 

교회관련 일(!),신학공부,그리고 늦은 결혼으로 이어져 엄마가 되고보니

어느새 마흔이란 나이가 되어있다

유아세례를 하고  2년반을 모유수유와  유아방에서 안고,업고,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아이가 되기까지 4년,

엄마의 길에 쉼과 끝은 없지만, 아마도 몸과 맘의 기본은 다져졌으리라 믿으며 작년부터 전공을 살려 일을 하게 되었다.

 

십년이 훨씬 넘어 교회가 아닌 사회안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갓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처럼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두근거렸다 - 한편으론 답답하면서도 어딘가 내 보호막이 있는듯한 교회가 아닌, 세상안에서 굿굿하게 서고 싶었고, 그리고 그리스도의 향기까진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은 짠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첨은 참 순탄한듯 하였다. 직장 상사는 형부 2명이 목사인 열심한 개신교신자였고, 나이에 비해 촌시럽고 순박한 얼굴이 호감이 간다는 뒷말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고지식함이라고 해야 할까 !!

직장동료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그냥 말을 위한 말인 것이 점점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들에 대한 피해의식같은 것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같은 동네에 사는 한 동료는 여러번 자기집에 놀러오라는 말을 하지만 실제 상황이 되면 피하는 행동,하지도 않은 일을 보고서에 작성하는 것에 갈등하고 토로하면, 내가 그 일이 싫어 그만두면 누군가가 다시 입사해 그 일을 하는 것이 사회구조라며 답답해하는 또래상사의 말,남편이랑 자전거타려고 샀다는 말에 00신문 구독신청하면 거저 얻는 걸 샀다며 답답해하는 이들 - 난 조중동이 싫어서 자전거 준다도 안봤다

 

사무실에선 좀 답답하고 겉도는 것 같지만,근로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참 즐거웠다. 내가 성심껏 하면 참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그들이 약자계층이었기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신명이 났다.

 

그 사이 크고 작은 심리적 갈등과 마찰로 울기도 하고,위축되기도 했지만 다음날이면 환한 얼굴로 다시 출근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도 조금씩 자라갔다.

 

또 내 생각엔 어쭙잖은 인간관계의 혼란도 있었다. 다른 사무실에 근무하는 선배동료를 년초 직무교육장소에서 만났는데,남의 말에 공감하는 것이 맘에 들었는지(^^) 본인이 다른 지역에서 이쪽으로 좌천된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시기해서라는 말을 해주었다. 전후사정은 모르지만, 본인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말투가 좀 거슬리긴 했어도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이후 가끔 전화가 와서 자료를 부탁하기도 하며, 오랫만의 직장생활이라는데 어렵지 않으냐고 넌즈시 물어보면 큰 핵심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왕왕 다른 사무실 그 선배와 친하느냐는 상사의 말도 한귀로 흘러버렸다.  내가 자기한테 자주 조언을 구해 자기가 해결해주고 있다는 말을 그쪽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한테 하고 다닌다는 말을 얼핏 들었을때도 당사자인 내가 참고있는데 별것도 아닌 일에 사람들은 왜 얘깃거리로 삼을까 싶었는데, 이 사건(!)의 내막은 내가 이쪽 사무실 얘기를 저쪽으로 옮기는 사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 것이었다.

 

그 사람이 자기 입지가 취약해 뭔가 자기의 가치를 드러내고 싶은가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어린아이들처럼 콩팥을 가리는 것도 우습고 해서 혼자 웃고 지나쳐버렸다. 한편 나는 고립되어 있는 그 선배에 대한 동정심에서 다가오는 것은 막지 않았고,본인 얘기만 털어놓고 나는 입다물고 있으면 자존심 상할까봐 경력자이므로 몇가지 물어보기도 했다.

 

오늘 그쪽 사무실로 발령이 나 상사에게 인사를 갔다가 위의 사건이 어디까지 확대되었는지 얘기를 들으며, 상사로부터 내가 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는 말을 듣고 있을때,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짠맛은 되지 않을까 하며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고지식하고 답답한 사람,가볍고 말 많은 사람으로 비춰지고 걱정스런 사람으로 서 있는 내 모습이라니 !!

그동안 참 많이 단련된 삶을 살아왔고 불혹이 된 이 나이에 주님의 얼굴에 먹칠하는 역할을 내가 맡아하고 있단 말인가 !!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신도 천주교 신자라고 밝히는 새 상사앞에서 긴 말은 변명이 될 것 같고, 내가 몸으로 보여주는 생활만이 남아있다는 것과, 지난 한해의 시행착오를 잘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돌아설 수 있었다.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신데렐라컴플렉스의 유혹을 지양한다. -  아무리 진실한 맘으로 최선을 다해도 50%의 긍정과 50%의 부정된 평가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왔다.  또한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좋은 사람보다는 내 약함을 갖고도 진실과 최선을 다하고, 거저주신 선물에 감사하며 살아갈때의 행복감과 소중함을 맛보아왔다.

 

사람앞에 살지않고 하느님앞에 사는 자유로움의 맛을 알면서도, 이런 날엔 다시 노예의 속성이 편하게 느껴져 그리워진다.

사람들이 하는 비난의 요소들을 빼면 아마도 나머지는 좋은 면이었으리라고(사람들은 타인의 장점은 말하지 않기에 ^^)  스스로를 위로하며(자기비판과 완전함을 추구하려는 본성이 강하기에) 위축되는 나 자신을 추스려본다.

 

주님,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것은,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임을 깨달아갑니다 

자신에 대한 실망의 유혹으로부터,성급한 열매를 보고싶은 맘으로부터,오해를 견뎌야하는 분노로부터, 당신이 아닌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로부터 .....

 

쇠는 용광로에서 달구어지고, 사람의 향기는 어려움 앞에서 아름다워지는 법

나의 약함이 얼굴을 붉히지만, 그러하기에 그분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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