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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와 같은 마음으로...(재의 수요일)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08 조회수1,153 추천수7 반대(0) 신고
 

                  재와 같은 마음으로...(재의 수요일)


  십자가를 안테나로!

  구정을 쇠러 대구에 내려갔다가 설날 전날 상경을 했습니다. 그것은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병원에서 환우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에도 어머니께 친구 루까씨와 함께 세배를 드렸는데, 해마다 들려주시는 어머님의 덕담과 격려의 말씀은 “묵주가 닳도록 신부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열심히 살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금년 재의 수요일은 민족 고유명절인 설날이라 금식, 금육은 관면이 되지만 이번 금요일 즉 세계병자의 날에 환자들의 고통과 예수님의 수난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금육과 금식을 기쁜 마음으로 실천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마태 6, 1-6, 16- 18)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진정한 자선, 기도, 단식의 의미와 방법을 가르쳐주십니다. 즉 그들의 선행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보다는 하느님께 인정을 받는 것이라야 참의미가 있다고 하십니다. 재의 수요일날 우리의 머리에 얹는 재는 비록 시커멓고 더러워보이지만 놀랍게도 정화와 세탁의 기능이 있고 또 겸손과 순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빨간 불꽃과 연기의 화려함(?)이 지나간 후에 마지막으로 남는 뜨거운 재와 같이 우리의 선행도 가식적인 것을 다 태우고 마지막으로 남는 재와 같은 겸손한 마음과 순수한 마음,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실천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재는 거름으로도 사용됩니다. 우리가 사순시기에 바치는 기도, 자선, 단식의 보속들이 재와 같이 우리 신앙생활과 영적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40일후에는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확신합니다. 참고로 수년 전에 상 지종신부님이 올리신 재의 수요일 강론을 퍼드립니다. 가브리엘통신

 


                                         <드러내지마라>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재의 수요일부터 그동안 저의 게으름과 개인적인, 공적인 여러가지 이유로 한동안 올리지 못했던 복음묵상을 올리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주님과 그리고 마음으로 함께 하는 여러 믿음의 벗들과 제 자신과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첫날부터 어기고 말았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무척 아쉬었지만 오히려 제게 살아있는 작은 체험으로 다가옵니다.


  어제 밤, 후배 신학생과 밤늦도록 사제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지난주에 신학생들이 방학을 마치고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이 후배는 이번 방학 동안 부제품을 앞두고 갖는 한달 피정을 하였기 때문에 오늘 신학교에 들어갑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교회, 사회, 사목, 사제의 삶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후배와 가졌던 어제 밤 시간이 개인적으로 무척 부담되었습니다. 대화의 주제 때문이 아닙니다. 날을 넘기기 전에 복음 묵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습니다. 밤 여덟시 반쯤부터 시작된 대화가 열시쯤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복음 묵상을 올리려고 마음을 먹었었지요. 그러나 후배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고, 나 역시 내심 부담스러웠으면서 그것을 감추고 내 생각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대화는 끝이 났고, 후배 신학생은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제관을 떠났습니다. ‘우리 결코 변하지 말고 주님의 길을 충실히 가자’고 진한 포옹으로 서로를 보듬으면서 말입니다.

  후배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대화를 풀어가면서 부담감이나 강박 관념은 사라졌지만, 복음묵상을 올려야 한다는 핑계로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지 못한 제 자신의 위선적인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복음묵상을 올리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이만큼 열심히 사제생활을 하고 있다고 과시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없었는지 생각했습니다. 참된 자선, 기도와 단식을 묵상하면서도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제 자신을 드러내려 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시고, 들어주실 것이다....”(마태6,1-6. 16-18)


   이는 머리로는 이해하기 쉽지만 몸으로 따르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말씀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몸으로 살라고 어리석은 제 자신을 작은 체험을 통해 깨우쳐주셨습니다. 이렇게 저를 깨우쳐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면, 이 체험이 신앙인으로서, 사제로서 제 삶에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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