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히 가지세요?

마음이 불안한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이 “마음 편히 가지세요”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요.

그러나 마음이 불안한 사람에게

마음 편히 가지라는 말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심지어 짜증나는 말도 없습니다.

왜냐?

사람이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단계는

마음의 수련이 상당한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편히 만드는 방법을 모르고,

설령 알더라도 수련시기가 짧아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 마음이 불안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되는가?

그저 아무 말 없이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왜냐?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진 문제를 함께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더 힘들어하기 때문에

그저 옆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더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마음을 편히 가지라는 식으로

충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라기보다는

반대로 자신이 그런 처지에 있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내가 던지는 한 마디 말이 도움이 아니라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그저 잘 들어주심으로써 그 사람의 힘겨운 마음과

함께 해 주기만 하시기 바랍니다.

오리를 가자거든 십리를 가주라는 주님의 말씀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도반신부님 강론집 '어딜 가슈'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