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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족감으로부터도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09 조회수855 추천수5 반대(0) 신고

2월 9일 (수)

 

강론 말씀입니다.

 

오늘은 설날이자 재의 수요일이 겹쳐진 날로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돌아오는 사순시기를 묵상하면서 떠오르는 말씀이 있습니다.

 

창세기(12, 1)의 말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너희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입니다. 이미 이 땅에서 자리를 잡고 형제 친척과 안정을 누리고 사는데 그저 내가 보여 줄 미지의 땅으로 무조건 떠나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첫번째가 안정된 것과 결별하고, 믿고 사는 것을 포기할 것을 명하시고 장차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아브라함은 고민할 수 있습니다. 미지의 땅으로 가는 것은 현실적인 기반을 갑자기 송두리째 포기해야하는 선택입니다.

 

이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이 말씀을 던지십니다. 내가 가진 권력, 명예, 사회적인 위치, 나의 마음이 그것으로 인해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심리적인 기득권, 등 내가 기대고 있는 것으로부터 떠날 것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 인맥,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마저도 떠날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떠날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이 정도로, 이렇게 기도하고 봉사하면... 하는 마지막 자족감으로부터도 떠날 것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흠잡을 데 없는 사회 생활, 신앙생활로부터도 떠나라고 하십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한 걸을 더 나아가 이사악마져도 바치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같은, 집착하는 것으로부터 떠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이 아닌 그 어떤 것에 조그마한 집착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떠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시는 자비로우신 분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냉정한 도전을 요구하시는 준엄한 분이시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을 보듯이 떠나지 않으면 결코 이를 수 없는, 그것을 포기하고 떠난 사람만이 장차 보여 줄 약속과 언약의 땅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포기는 결코 쉽지 않고 일회적이 아닙니다. 일상의 여정에서 지루하게 반복됩니다. 이 러한 포기를 통해, 순간 순간 연속적으로 빈마음, 빈 손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필립비서 2장의 말씀처럼 모든 것을 비우는 자기비허를 우리의 삶안에서 실천해야겠습니다. 사순시기에 떠남과 포기를 지나가는 사람만이 영광스러운 부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고통과 포기를 통해 영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중세시대처럼 자기비하에 빠져서도 안되겠지만 신앙생활에서 주시는 현시 등의 열매들에만 집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고통과 영광이 긴장을 이루며 균형을 갖게 됩니다.

 

이 사순시기는 고통과 수난의 여정을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떠남과 포기의 체험을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서 장차 약속하신 땅, 부활의 영광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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