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2)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빚쟁이가 되어 쫓겨다니면서 산 배추밭에서 지게질을 아파트 현장에서 등짐을 지며 갖은 고생을 하던 일
좋을 때는 형님 아우하며 찾아와 나를 즐겁게 하던 친구 친척 이웃들 망하고 나니 갖은 험담과 비난으로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일
돈을 잘 벌어 돈을 안겨 줄 때는 아빠 여보 얘야 반기며 미사여구로 격려하던 부모님 자녀들 아내 빈 털털이가 되어 집에 들어가 눈총을 받으며 구박받던 일
삐까 번쩍 고급 승용차에 반들거리는 구두를 신고 번듯한 양복에 고급 넥타이를 맺을 때 반갑게 맞아주던 식당 술집 아주머니 아저씨들 쫄딱 망하여 남루한 모습으로 밥 한술 얻어먹으려 하니 눈을 부라리며 문전박대 하던 일
지금 생각해 보니 사람을 사람답게 하며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며 세상이 정말로 헛되고 헛되다는 사실을 알고 당신의 품을 그리워하게 하는 당신의 은총이었습니다.
2005년 2월 13일
사순 제1주일
김모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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