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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3) 아름다운 손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5 조회수1,023 추천수3 반대(0) 신고

언제부터인가 손등에 주름이 생기고 가끔은 푸른 정맥이 튕겨져 나와 보기 흉할 때가 있다. 아무리 로션을 발라도 주름은 없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피부는 표피와 진피와 피하조직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표피 바로 밑에 위치한 진피에는 콜라겐이란 성분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팽팽하게 땡기고 있어 탄력을 유지하는데 나이가 많아지면 콜라겐이 점점 줄어들고 느슨해져 주름이 생긴다고 들었다.

이제 콜라겐이 줄어들고 있으니 밖에서 아무리 포장을 해봤자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난 손등을 감추고 대신 손바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 손바닥엔 손금 외엔 주름이 없으므로.... . ㅎㅎㅎ

 

소설가 유재용씨는 (손 이야기)라는 소설속의 인물을 통해서 손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설파한 적이 있다. 세계2차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경은 식지와 장지를 사용하여 V자를 그려보였다. 승리의 의지,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 보인 그 두 손가락이야말로 2차대전의 운명을 결정지은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고....

인류의 역사는 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은 항상 두뇌의 도구로써만 사용되어 왔다는 것, 고고학자들의 고분발굴을 보면 자명해지는 게, 두 개골은 수만 년 수십만 년이 지나서도 자신의 존재를 남겨 연구의 대상이 되는 반면, 손의 자취는 없어 형태가 어떻게 변형되고 발달해왔는가를 연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손은 그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겸손한 바보였고 경시 당하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소설속에 나오는 백인 장교의 어쩌면 궤변같으면서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잭슨이라는 그 장교의 말에 한국군 종군기자는 반론을 편다.

동양에선 일찌기 수상학(手相學)이란게 있어 손의 중요성을 인정했노라고, 손바닥에 난 금을 가지고 그 사람의 운명과 생애를 점치기도 했노라고......

이것은 명(命)금, 이것은 재산금, 이것은 자손금........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첫돌이 되면 돌상을 차려놓고 아기가 붓을 집으면 장차 선비가 되며, 돈을 집으면 부호가 될것이며, 실을 집으면 수명이 길거라는, 아기의 손이 자기의 운명을 집는다는 풍습이 있노라고......

 

소설속에서 군의관인 대위는 손가락이 잘려 뼈가 디룽디룽 가죽 속에 매달린 손으로 실려 온 베트콩 용의자를 혼신을 다해 밤새워 봉합수술을 한다.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을때 군의관은 뛸듯이 기뻐한다. 손을 못쓰게될 뻔한 사람의 손을 살려놓았을때  의사의 환희가 어떠할지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런데 수 개월 후 베트콩의 기습을 받은 도시에 그 한국군 종군기자가 달려갔을때 거기엔 전역한 그 백인장교 잭슨이 죽어 있었고, 손가락 봉합수술을 받은 베트콩 용의자도 진짜로 베트콩 정규군이 되어 죽어 있었다. 어쩌면 그 베트콩이 당긴 방아쇠에 잭슨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손가락을 붙여준 것이 잘못이었을까?

만일 손가락을 붙여주지 않았다면 그는 총을 쏠 수 없으니 군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 그 손을 가지고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랐는데 결국 그 손가락이 월남인을 죽게 만들었나 싶은 생각에 의사는 허탈감에 빠진다.

 

깨끗한 손, 잘생긴 손을 아름답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보니 겉모양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그 손이 과연 무슨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남을 속이고 나쁜 일을 하는데 사용하는 손이라면 아무리 잘생긴 손이라도 결코 아름답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시어머님 손은 마디마디 옹이가 지고 손톱은 길고 늘 때가 끼여있었다. 모시 짜고 밭일하고 잡다한 농사일을 하려면 손톱을 짧게 깎을수가 없다고 하셨다. 손톱이 적당히 있어야만 일을 싸게싸게 할 수 있다고 하셨다. 20대에 혼자 되시어 그 손으로 자식들 굶기지 않고 키웠으니 그 손은 눈물겹고도 아름다운 손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다하는 손은 모두 아름답다 할 것이다.

 

이제 지금 내 손은 예전처럼 곱지도 이쁘지도 않다.

주름도 많고 여기저기 정맥이 튕겨져 나온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진정 가치있고 아름다운 손은 어떤 손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거룩한 성체를 받는 손으로, 묵주알을 굴리며 기도하는 손으로, 봉사하는 손으로, 가족을 위해 일하는 손으로서의 내 몫을 다 할때  나의 손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아름다움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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