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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4) 그들에게 날개가 있다면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5 조회수894 추천수5 반대(0) 신고

 

잠을 잘 때 사람들은 대개 꿈을 꿉니다.

꿈속에선 그럴듯하고 심각하고 논리정연했었는데 깨고 나면 도대체 앞뒤가 맞지않고 비현실적이고 황당할 때가 많아 허탈해지고 맙니다.

사람은 잠을 잘때도 꿈을 꾸지만 마음의 꿈도 꾸며 삽니다.

그런데 세상엔 너무나 가슴 아픈  꿈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고칠 가망이 없는데 치료를 받으면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날것 같은 꿈을 꾸는 환자의 꿈입니다.

 

우리 구역에 봉성체 받으시는 형제님이 계십니다.

50대에 갑자기 쓰러져 지금 70이 넘으셨는데 중풍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십니다.

자매님도 몸이 많이 아파 힘든데 형제님은 저 휘경동에 있는 K대 한방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가끔 떼를 쓰신답니다. 그 병원에 가서 치료만 받으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꿈을 꾸시는 거지요. 그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가끔 119도 부르십니다.

자매님이 레지오 주회하는 중에 집에 119에서 나와있다는 연락을 받고 황망히 가신적도 있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 몸을 쓰지 못하고 집안에 박혀계신 그 형제님의 꿈이 그래서 너무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고 답답해집니다.

얼마나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면 그런 꿈을 꿀까요?

이젠 그만 체념하실만도 한데, 버리지 못하는 그 꿈이 너무도 간절한데 ,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가망없는 꿈이기에 가슴이 메어집니다.

 

언젠가 교통사고로 인해 목부터 마비가 되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전신마비의 여인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지하의 단칸방에 누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젊은 여인, 교회에서 나온 봉사자가 밥도 먹여줘야 하고 양치질도 해줘야 하고 전화기도 귀에 대어주어야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절망적인 상황에 얼마나 눈물이 쏟아지던지요. 하느님께서 손 하나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해주시어 뭔가 집을 수도 있고 수저질할 수 있고 이도 닦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아마 그 젊은 여인도 의식속에선 끊임없이 자유롭게 걸어다니던 시절의 꿈을 꾸고 있었을 것입니다.

주님 !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실 수는 없나요?

마음껏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날개를 말입니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예쁘지 않아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할 수 있고 각선미가 보기좋지 않더라도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면, 섬섬옥수가 아니어도 두 손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감사할 일이 어디 있습니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하고 기뻐해야할 일입니다.

좀 있으면 봉성체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그 형제님댁에 들렸더니 자매님은 없고 형제님만 마루에 누워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무슨 꿈을 꾸시는지 뛰어다니는 꿈을 꾸시는지 곤히 잠들어 계셨습니다.

주님! 세상엔 왜 그렇게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가요?

꿈속에서만이라도 그들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실 수는 없나요?

 

 

좀 있으면 그 형제님에게도 봉성체를 가게 될 것입니다.

손에 힘은 없어도 그래도 겨우겨우 숟가락질은 하시는 형제님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늘 답답하고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속에 갇혀있는 상황때문인지 누구든 가면 붙잡고 수십년전 지난 이야기부터 그칠줄 모르고 얘기하십니다. 얘기중에 일어나기가 곤란하여 아예 붙잡히지 않으려고 봉성체가 끝나기 무섭게 신부님 수녀님 뒤를 따라 도망치듯 나오곤 했는데, 자매님은 십수년간 지쳐서 이젠 아예 상대를 안해주시니 얼마나 외로우실까 싶은 생각에 이번 봉성체엔 말동무 노릇을 톡톡히 할 생각입니다.

주님! 부디 아픈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소서!

꿈속에서만이라도 마음껏 날 수 있게 날개를 달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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