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모두 벌거숭이로 따뜻한 물에 몸을 맡깁니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돈 있는 사람 돈 없는 사람 표시가 안 납니다. 서로 부끄럽지도 내 세우지도 않습니다. 모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평화롭습니다.
모두 벌거숭이로 투명한 물에 몸을 맡깁니다. 어린 아이 중년 아저씨 늙은 노인 구별하지 않습니다. 서로 위아래 금이 없습니다. 서로 기분 좋게 어울리고 깊은 생각을 합니다. 서로의 시간을 인정하고 과거로 혹은 미래로 지금을 상상하며 인정하며 깨달음의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온 세상이 목욕탕 되어 벌거숭이로 살아간다면 그리고 종국에는 알몸으로 흙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받아들인다면 서로서로 사랑하고 서로서로 존경하고 서로서로 평화롭고 서로서로 조화롭게 기쁘게 노래하며 즐겁게 춤을 추며 일하여 얻은 만큼 감사하게 살 수 있을 것을 세상은 껍데기 때문에 자꾸만 어두워 갑니다.
2005년 2월 16일
사순 1주간 수요일
김모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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