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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딸자랑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7 조회수1,072 추천수15 반대(0) 신고


사순 제1주간 목요일(2/17)






    독서 : 에스 4,17⑬.등 복음: 마태 7,7-12 딸자랑 오늘은 제 딸을 내놓고 자랑하려고 합니다. 다음 주면 대학을 졸업하는 제 딸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서 써보겠다며 등록금만 마련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기특하고 신통해서 그래보라고 하였습니다. 딸이 고3 수험생일 때, 저의 집은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생활비는 바닥나고 관리비가 연체되었고, 전기도 끊기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암에 걸렸습니다. 암보험을 타서 우선 생활비로 썼습니다. (지나간 일이라 말하기 쉽네요. 그땐 몸을 팔아 연명하는 것같은 비참한 심정이었는데...) 그러니 아이에게 학교 공부 이외에 아무 뒷바라지도 못하는 염치없는 부모였습니다. 그러니 대학을 턱 붙은 그애가 하던 말이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요. 대학을 다니는 4년동안, 딸은 자기 결심대로 용돈을 자기가 벌어서 썼고,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방학 동안엔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까지 다녔습니다. 어제는 20일동안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터키 전역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떠나기 전에, 그동안 쓰고 또 따로 모아놓았던 정기예금 통장을 제게 내밀었습니다. 만일에 자기 신상에 무슨 일이 있으면, 좋은 일에 쓰라고 하면서... 대학생의 신분으로서는 꽤 많은 액수였습니다. 그 어린 것이 그 많은 돈을 벌고 모으려고 얼마나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짐작하시겠지요? 허리가 아파서 전기 맛사지 기계로 문질러달라고 할 때마다 부모로서, 가끔은 애처로워서 눈물도 나오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것이 이 아이를 더 좋게 키우는 것이라 확신했기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가난이 감지되던 때, 저는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 둘을 불러모았습니다. "우리가 이제부터 가난하게 될 것 같다" "이제는 피아노도 가르치지 못하고 좋은 곳도 데리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공부도 학교에서만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그런 말들을 담담히 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딸은 피아노를 무척 좋아하고 잘했습니다. 그애의 꿈은 피아니스트였습니다. 피아노를 못하게 될지도 못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지요? 다 듣고 있더니 어린 그애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엄마, 나는 하느님이 우리가 부자였을 때는 몰랐던 무언가를 우리에게 주실거라 생각해" 아, 잊을 수가 없습니다. (ㅠ.ㅠ)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 생생한 그 말 마디! 그 말은 다가올 시련에 지레 두려움과 공포를 갖고 절망했던 내게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의 전갈이었습니다. "걱정하지마, 우리가 가난해지면, 더 공부도 열심히 해서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될테니 .." 바로 옆에 있던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녀석, 누나의 말 끝마다 "나도.. 나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그애는 마치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처럼 마치 지가 무슨 더 큰 어른이나 된 것처럼 부모에게 어깨동무를 해주며 엉덩이를 도닥여주고 심지 깊은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그애가 여행하고 있는 동안 약사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질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무슨 공부를 또 하겠다고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게 힘든 공부를 또 해야하는 이유가 그애에겐 분명합니다.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좀더 유익한 일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자기에게 남들보다 조금이나마 좋은 머리, 좋은 재간을 주셨다면 그것은 그걸 못가진 사람들을 위해 쓰라는 말씀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자라주었는지 저는 감사하기만 합니다. 그애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생기가 나고 용기가 생기며 축 쳐져있던 팔에 힘이 불끈 솟습니다. 되돌아보면 그애의 말대로, 하느님이 가난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 분명 있습니다. 저는 전에, 오늘 복음의 대목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었습니다. "너희 중에 아들이 빵을 달라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으며 생선을 달라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너희는 악하면서도 자기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 저는 빵을 달라면 빵을 주시고, 생선을 달라면 생선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늘 아버지께서는 더 좋은 것을 주신다고 하면서도, 그것이 '성령'이라고 말씀하십니다(루가복음에서..) 지금 배가 고픈데, 무슨 성령이 온당한 선물인가? 어째서 그게 더 좋다는 말인가? 늘 그런 불만이 제 안에서 울려나왔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저는 이제 그 뜻이 무엇인지 알 것같습니다. 아니, 뜻만 아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입으로 가슴으로 그 성령의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 조그만 아이에게 함께 해주신 주님의 사랑을, 그 지혜의 성령을 그 크고 깊은 은혜에 감사하여 엎드릴 뿐입니다. 주님, 이 아이는 나의 아이가 아니라, 당신의 아이입니다. 이 천사들을 제게 보내주셨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당신 성령의 결실을 부당한 제가 맛보고 있으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이 아이들을 당신의 영으로 키워주소서. 부디 세상의 지혜가 아니라 당신의 지혜로 채워주시어 이 땅의 소금과 빛이 되게 해주소서. ♬ 거룩하게 너의 영혼을 다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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