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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죄송합니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2-17 조회수992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순 제1주간 금요일(2/18)






    독서 : 에제 18,21-28 복음 : 마태 5,20-26 주님, 죄송합니다. 산상설교의 요구는 어찌나 냉엄한지, 마태오복음이 가장 싫었다. '살인하지 마라. 십계명 중 5계명이다. 구약의 사람들에게는 살인은 살인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이른바 동태복수법이다. 딸이 아브라함의 고향인 하란과 터키 동남부 지방을 다녀와서 들려준 이야기다. 어떤 집안의 개가 늑대에게 물려가고 한 마리의 개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개는 가족의 개념이라며 마을 사람들까지 동원되어 늑대 사냥에 나서는 것을 보았다. 복수를 해야한다고 하더란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그 사람들이 거칠고 사나운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본 십년 전의 터키 사람들도 그랬지만 딸이 본 사람들도 전혀 그렇지않다. 아라랏 산이 저만치 바라다 보이는 바람만 엄청나게 불어대는 황량한 벌판, 그 척박하고 막막한 땅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가난하고 궁색한지.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자기가 가진 최고의 것을 내놓으며 융숭한 대접을 하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이었단다. 동태복수법은 그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자기 생명과 종족을 보존하려는 필사의 법이며 질서였던 것이다. '살인하는 자는 누구든지 재판을 받아야 한다.’ 고을의 원로들을 모셔놓고 재판은 시작된다. 두명 이상의 확실한 증인이 있어야 살인 죄가 입증된다. 명백한 살인일 경우라도 고의였는지 고의가 아니었는지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다르다. 살인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르는 일은 그렇게 흔치않은 일이라 우리는 제오계명을 거스르는 일은 일생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하며 자기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욕하는 사람은 중앙 법정에 넘겨질 것이다. 또 자기 형제더러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다." 여기에 안 걸릴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인터넷 토론방에 가보면 진짜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 든다. 체면상 입으로 내어 발설은 안하는 사람도 마음 안에는 온갖 육두문자가 난무한다. "그러므로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형제 자매라고 부르는 교우들은 빼고라도, 친형제자매, 시형제자매를 생각하면 이 부분이 가장 양심이 찔린다. 집안 재물을 다 거덜낸 형제들에 대해 처음에는 용서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그렇게 해놓고도 부모를 원망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에게 책임을 다 떠넘기는 행태를 보다보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최고급차에 운전기사까지 두고 이름난 음식에, 이름난 명품으로 휘감고 해외 여행이다 아이들 영어연수다 황새 클럽에 뱁새다리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더욱 울화가 터졌다. 그많던 재산 그렇게 모두 날려먹고, 결국 남은 것은 엄청난 빚과 충격을 받고 병드신 시부모님 뿐이었다. 늙고 병드신 시부모님은 모두 셋째 아들인 우리 집에 오셔서 임종을 맞았다. 시부모님도 짱짱하실 땐 그 아들들 말에만 의존했고, 막내 손주들에게만 지독하리만치 편애를 하셨다. 셋째 아들은 늘 사고날 때만 불러 해결사 노릇을 시켰다. 아, 그런 것을 되새기면 늘 가슴 한쪽에 벌건 숯불이 달구어지지만 기왕 다 자식농사 망치신 분들에게 그런 것을 말해서 무엇하나 싶었다. 정말 떠맡기 싫은 십자가 였지만, 그넘의 그리스도인이란 죄명 때문에 나마저 못본척 할 수가 없었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양심이 찔렸는지 뒤가 캥겼는지... 몇년동안 나타나지도 않던 큰집에서 제사를 가져갔다. 점장이가 큰 아들이 제사를 모셔야 집안이 다시 번창해진다고 했다고 하면서. (난 그 점장이가 진짜 고맙다) 그 후, 몇 년동안은 과거사를 다 잊고 일이 있을 때마다 협력해서 해결했다. 그런데 또 사고가 터졌다. 그동안 몇번씩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더니 나중에는 보증을 서달라는 것이다. 이젠 죽어도 보증은 못서준다고 했고, 그래서 간신이 이어오던 관계가 다시 끝장이 났다. 남편에게도 말했다. 또 나 몰래 도장 찍어주면 그땐 이혼이라고. 그래서 이번 명절 때도 오지 말라고 해서 못갔고, 다음 제사 때도 오지 말라고 해서 못간다. 어쩌랴? 난 이 복음 대목을 도저히 따를 수 없다. 형제가 우리보고 갖은 욕을 다 해대고, 중앙법정에 넘기겠다고 해도 난 못한다. 그와 화해하려면 도장을 들고 가야 하는데, 밑빠진 독에 왜 내가 물을 부어야 하나? 우리 예수님께 고발하여 감옥에 가두면 그냥 감옥에 갈 수밖에 없다. 나도 내 가정을, 내 새끼들을 지켜야 하니까. 자기 종족을 지키기 위해 동태 복수법을 만들었던 구약의 율법이 차라리 그리울 뿐이다. 주님,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러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 Pie Jesu-Webber-Anthon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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